세월
서서히
말없이
꺼져버린 불씨
시들어버린 꽃봉오리
바스러진 번데기
모두가 울었어요
너무나 슬펐어요
밝게 빛나보지도 못한 채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나비로서 날아보지도 못한 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돌아오지 않는 인연에
이렇게 아픈데
이 봐요,
모른척하지 말아요
우리의 이야기잖아요
세월이라는 이름의 배에
우리 모두가 타고 있잖아요
이 봐요,
가만히 있으면 안 돼요
가라앉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잠들어 있으면 안 돼요
눈부시게 빛나야죠
활짝 피어나야죠
훨훨 날아야죠
우리도 모르는 새
배가 다 가라앉기 전에
하나의 빛이라도
한 송이의 꽃이라도
한 마리의 나비라도 더
이제는 모두 함께 살아야죠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서로를 살려야죠
이 봐요,
배가 다 가라앉기 전에
손을 내밀고
내민 손을 잡고
제발 함께 살아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