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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Mar 31. 2016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지나간 나의 일기를 다시 읽으며

오늘 먹은 맛있는 조각케잌


멘토로 참여했던 대학생 새마음캠프에서 뜻밖에 내 글을 읽고 있다는 멘티를 만났다. 멘토 소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갔는데 먼저 다가와서 글 잘 읽고 있다고, 어떻게 그렇게 궁금했던 부분을 잘 짚어주냐고,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해주어서 알게 되었다. 지역센터에서 이미 마음수련 명상을 하고 있던 대학생이라고 했다. 나도 명상을 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이었는데, 내 글이 공감되고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니 기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또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도 좋다고 하면서 댓글로 소통하자고 했다. 브런치의 매력은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지도 못한 채 그저 정보의 바다에 부유하며 글자 공해가 되고 말 것이라면 굳이 이곳에 글을 쓸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그를 행복하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에 그렇다.



물론 브런치를 하기 전에도 나는 혼자서 여기저기 글을 많이 끄적였었다. 이따금씩 어둠이 나를 집어삼킬 때마다 나는 혼자서 내 마음을 글로 담아내면서 저절로 치유가 됨을 느꼈고, 내 글을 읽고 공감과 위로의 말을 건내주는 친구들 덕분에 힘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지나간 나의 일기를 읽으면서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깨침과 다짐도, 그것이 아무리 훌륭한 것일지언정 다른 모든 것과 같이 그 순간의 것일 뿐이어서 돌아서면 증발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글로 쓰는 수밖에 없었고, 다시 읽을 때마다 마음에 되새길 수 있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순간이 지나면 결국 잊히고 말 나의 마음을 나중에 다시 읽을 나에게 전해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나가 바로 당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나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과 독자님들의 댓글을 통해서 많은 '나'와의 만남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브런치의, 글쓰기 못지않은 읽기의 즐거움이다. 이왕이면 당신에게 이 글이 읽혔으면 좋겠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말이다. 그것이 당신인 까닭은, 그냥 우리가 이렇게 만났으니까? 그저 스쳐 지나는 당신에게도, 이 순간을 함께 해주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모처럼 수업이 많지 않았던 오늘은 하루종일 문서작업 할 게 있었는데, 실컷 작업했던 파일을 퇴근 직전에 날리는 바람에 학교에 남아서 다시 처음부터 다 작성하느라고 야근을 했다. 그래서 명상하러는 안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캠프에서 만났던 그 동생이 와 있다는 전화를 받고는 늦게 라도 가서 잠시 만나고 왔다. 우리는 마침 같은 지역이고 그리 멀지 않은 센터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잠깐 놀러온 것이었다. 벌써 캠프가 끝난 지도 일주일이 다 되어 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시간이 참 잘 간다.



부끄러운 지나간 일기들을 꺼내보면서 그 때의 나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돌아보았다. 그 사이 참 많이 컸다. 일기 속에 늘상 '나다워지고 싶다'고 쓰던 과거의 내가, 그렇게 꿈꾸고 바라던 모습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를 알면 기분이 어떨까? 글쓰기 덕분에 수많은 나와 대화할 수 있어서 참 즐겁다. 예전에는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글을 썼다면, 지금은 함께 성장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같은 말이긴 하다. 나는 여전히 나를 위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나'의 범위가 넓어졌을 뿐.



마음수련 명상을 하는 지금은 아무래도 이전과는 다른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상태가 전혀 다른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주구장창 학교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나를 돌아본 이야기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 때는 내가 아는 것이 많은 줄 알았지만 실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나를 답답하게 하는 물음표가 존재했고 지금은 여전히 아는 건 없지만 적어도 수많은 물음표들이 모두 느낌표로 바뀌었기 때문에 속이 시원하다.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니 이렇게 편안할 줄이야! 사람에게 가장 큰 배움이란 '자기가 아는 것이 없다는 것 하나를 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사람인데 그것을 알려고 욕심내니까 힘이 들었다. 모든 순간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은, 내 마음에 '가짐'이 없을 때만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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