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낄끼빠빠라니….
어제 또 이상한 꿈을 꿨다. 잠결에 누군가가 문을 세 번 천천히 노크했다. 똑똑똑. 아주 작게. 그러더니 물속에 잠긴 듯한 음질이 아주 좋지 않은 목소리로 "야. 낄끼 빠빠"라고 속삭였다.
눈을 번쩍 떠보니 남편과 강아지는 다른 방에서 한참 쿨쿨 자고 있고, 이 방엔 나밖에 없었다. 문은 다 잠겨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 건지.
가끔 그림을 보내고 난 후 이런 일이 일어난다. 보냈던 그림과 에너지가 다 안 끊겼거나, 그림을 가져가신 분의 에너지가 좀 복잡하신데 작업이랑 인연이 있는 분이라면 연관된 에너지의 영향을 받는다. 어제 그림을 가져가신 분이 명상방에 두고 정화명상을 오래 하시면서 내면에서 크게 느낀 게 있다고 밤에 전화가 왔었다.
(그 분은 스스로를 제대로 알아가는 여정 중이셔서 내 그림을 몇 개 가지고 계신다.) 그래서 '아, 이거 뭔가 또 꿈꾸겠는데'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전에는 더 심했다. 십대 이십대 때는 가위나 여러 곤란한 일들이 정말 정말 너무나도 심했기 때문에 그때에 비하면 이제는 1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한번은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와 비슷해 보이는 남자와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물에 젖은 듯한 남자애가 손을 잡고 벽을 지나 침대로 똑바로 날아왔다. "왜 우리끼리 지금까지 재밌게 잘 놀고 있었는데 왜 그랬어? 왜 얘한테 그런거 만들어 줬어?" 하며 얼음같은 손으로 왼쪽 팔을 팡 내리쳤다. 그때 정말 얼음 물속에 풍덩 빠진 다는 느낌이 들면서 몇 년 만에 가위에 눌렸다. 그 이후로 개인작업 외에 주문받아 그리게 되는 그림들은 더욱 조심히 받게 되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까지만 받고 그리고 상태가 아무리 봐도 조금 좋지 않은 분들은 전문가분들과 상담 후에 오라고 돌려 보내게 된다.
내가 에너지를 느끼면 그 에너지들도 당연히 나를 느낀다. 이건 어쩔 수 없다. 당연하다. 알아챈다. 그러니 이런 작업을 할 때는 최대한 조심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만 하는 수밖에 없다. 근데 이런 작업들도 다 인연으로 오는 거기 때문에 그림들은 정말 다 주인이 있고 꼭 그려 줘야 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그런 경우는 며칠이나 꿈에도 나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게 심하게 외부에서 치던 것들은 좀 정리가 되고 내면을 보기 시작했다. 내부 외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휘둘리며 사는 삶이 아니고 개척하며 사는 삶을 살아야지 라는 마음으로 살자,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래도 가끔 예민할 때는 작업실 밖에서 뭔가를 느끼기도 한다. 다행인 건 예전처럼 형태가 보이는 게 아니고 일단은 냄새로 느껴지고 보이진 않지만 에너지의 대략적인 형태나 위치가 감지가 된다. 이거는 꼭 누군가가 눈을 가려 주는 것 같다. 눈을 가려 주는 대신 다른 부분으로 알람을 줘서 예고는 주되 내가 더 이상 놀라지 않게끔 해 준다는 느낌도 받는다. 내 눈앞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게 어딘가. 그럴 때는 내가 너무 내 단속을 못한 느낌이라 수련시간을 늘리고 자연에 나가서 정화를 열심히 하고 심장박동을 올리는 운동을 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한다. 혹시 아직 나랑 연결된 부분이 있는지 바디 스캔을 꼼꼼히 하고 에너지장 점검도 하면서 만약 연결선이 남아 있다면 완전히 끊어내는 후작업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정말 십분의 일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이제는 일상생활에 문제 없고 꿈에서만 가끔 보여서 예전보다 정말 많이 세졌구나 한다. 그리고 꿈에서 보일 때도 어떨 때는 갑자기 어디서 딱밤을 때리듯 뭐가 탁 때려서 그 에너지들이 저 멀리 팅겨 나가는 것을 본다. 그것을 볼 때마다 항상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진다.
근데 오늘은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낄끼 빠빠라니…. 어쩌라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