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보고 듣고 느끼고 그리는 나의 이야기
세상에는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실재하며 우리 삶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 힘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지켜주는 에너지가 있다고 말한다면, 신비롭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그것을 온전히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에너지는 분명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타인의 감정과 에너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왔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꽤 다른 경험들을 겪으며 자라왔고, 오랫동안 그런 부분들을 억누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그림이나 글로 어렴풋이 표현하기도 했지만, 항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고,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부터 숨겨야 할지 모르는 답답함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삶을 뒤흔드는 큰 사건들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은 혼란과 방황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가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세상을 감싸고 있던 두터운 유리막이 산산조각나며 제 영혼이 깨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고, 제가 보고 느끼는 세계를 이제는 온전히 드러내며 이러한 영적 여정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그림 작업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고 자연스럽게 미대를 나와서 국내외에서 미술강사로 오래 일을 했습니다.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커머셜 작업을 하고,
스토리보드와 에너지 그림 작업도 합니다.
저는 무당이 아니기에 제가 그리는 그림을 무속적인 행위로 생각하지 않으며
치유와 힐링을 위해 제 개인 에너지를 넣어 그리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에너지를 보고 듣고 느끼기에, 이러한 기질을 필요한 작업에 따라 영감이자 재료로 사용합니다.
제가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림은 하나의 '문'이고 저는 그 문을 그리는 '붓'이 된다는 점입니다. 어떠한 영감을 받게 되면 깊은 명상 속에서 제가 그리고자 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포착하고, 이를 '에너지장'이라 부르는 스케치 도안으로 옮기는 것에서 작업이 시작됩니다. 눈을 감고 흰 종이에 연필로 순수한 에너지가 흐르는 곳을 찾아 그 실재하는 힘과 소통하는 창구를 지도처럼 잡아내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 개인적인 의도가 개입되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꾸준한 수련이 필요합니다.
저에겐 제 작업실이 가장 신성한 곳입니다. 매일 아침 작업실에 들어가기 전 늘 깨끗히 씻고 개인 수련을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고 정화하는 루틴을 지키며 필요시에는 세이지와 소금을 넣어 끓인 물로 목욕하며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합니다. 타인의 에너지를 받지도 않고 공명이 강해지면 끊어내기도 하며 스스로의 기운을 어디까지 쓰고 닫아야 하는지를 항상 체크합니다. 제 개인의 에너지장을 조절하며 타인의 에너지가 섞일 상황을 최대한 방지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적 에너지나 감정이 많이 들어갈 것 같은 날에는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제 작업은 보이지 않는 차원의 에너지를 시각적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입니다. 저는 자연의 순수한 힘이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자연 속으로 나아가 대자연에서 느끼는 가벼움,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하늘처럼 끝없이 확장되는 맑고 깨끗한 기운과 공명하려 합니다. 여기에 모든 답이 있기에 이를 기준 삼아 받아들일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합니다.
지금 우리 세상은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죠. 하지만 늘 보이는 것만 믿어왔던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압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분들이 제가 겪어왔던 것과 비슷한 혼란과 두려움을 마주하고 계실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엄청나게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요.
우리는 저마다 다른 여정을 걷고 있기에, 어떤 이에겐 영적 지도자의 도움이, 어떤 이에겐 마음의 치유가, 또 어떤 이에겐 스스로의 내면을 마주하는 계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영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은 결코 한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에겐 각자의 방식으로 영혼과 만나는 수많은 길들이 열려있죠. 샤머니즘 또한 하나의 방식에 국한되지 않으며 세계 곳곳에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자연과의 교감이든, 예술을 통한 승화든, 명상이나 마음챙김의 방법이든, 종교적 믿음이든, 또는 요가나 춤, 글쓰기나 음악 등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이든, 그 어떤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많은 가능성들 속에서 자신만의 진정한 길을 찾는 것이겠죠.
저는 그림으로 이야기합니다.
제 영혼이 선택한 이 방식으로 제가 만난 세상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혼란스러운 밤 속에 작은 빛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