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는 그린 이의 의도와 기운이 반드시 깃든다
그림이 또 주인을 찾아갔다.
내 그림들은 신기하게도 영성, 활인업 쪽에 종사하거나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다.
에너지에 예민하신 분들의 주문 제작 그림은 시작부터 완성까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으로 남기는 것조차 매우 선별적으로 하며, 그마저도 늘 조심스럽게 다룬다.
대부분 작품 제작을 원하는 분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수호 에너지를 그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영적으로 수련을 하거나 예민하신 분들이라 대부분 정해진 의뢰를 가지고 오신다.
이번에도 그랬다. 영적으로 예민하신 분이라 말씀드리지 않아도, 에너지 도안을 보여드리지 않아도 그림의 의도와 내용을 단번에 알아보셨다. 내가 어디를 갔다 와서 어디서 이 에너지를 느끼고 어떤 공간 차원을 종이 위에 담아내려 했는지, 이 공간이 주는 힘이 무엇인지 그냥 단번에 알아내신다. 이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데 더욱 신중해진다.
이전에 잉어가 Spirit animal이라며 그림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내 느낌으로는 그분의 Spirit animal이 잉어가 아니었다. 또한 영적으로 많이 트여 있지만 보호막이 약한 사람으로 외부 에너지에 쉽게 영향받는 분이라 판단되어 제작을 거절한 기억이 있다. 이런 경우엔 본인 에너지와 직접적으로 공명할 영적인 그림보다는 차라리 본인이 생각하기에 따뜻하고 긍정적인 느낌의 그림을 가까이 두는 게 훨씬 낫다.
그림에는 작가의 의도와 기운이 반드시 깃든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작품 활동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며 그 세계가 힘을 지닌다. 그래서 그게 무서운 것이다. 무엇이 담길지 잘 모른 채 그린다면, 어떤 것을 세상에 내놓은 건지 작가 스스로도 알지 못할 수 있다. 그 그림이 '문'이 되어 온갖 에너지체들이 드나들거나 심지어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빙의 에너지의 집이 되어 영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에게 그림을 매개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한번은 영적으로 많이 트여있고 여러 에너지체가 많은 사람이 염원을 담아 그린 그림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 순간 심장까지 얼어붙는 느낌이 들며 눈을 통해 무언가가 마구마구 들어오려고 하는 감각을 받아 놀라서 폰을 떨어뜨렸다. 눈을 깨끗이 씻었음에도 그 불쾌한 느낌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림이 얼마나 강력한 에너지의 통로가 될 수 있는지 몸소 깨달았다.
나는 무당이 아니기에, 그 에너지가 진정 그분의 수호 에너지인지(빙의일 수도 있다), 세상에 나와도 되는 그림인지만 확인한다. 내 판단에 의문이 들면 거절하거나본인이 신뢰할수 있는 전문가에게 에너지 확인을 다시 받고 오시라고 한다.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에너지의 통로가 될 그림은 절대 그릴 수 없다.
이런 그림 작업은 단순한 예술 활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결하는 문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붓을 들 때마다 느껴지는 특별한 감각은 내 개인의 에너지를 배제한 채 이 두 세계 사이의 균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나는 매 작업에 정성을 다하며, 그림이 지닌 고유한 힘과 그 영향력을 항상 마음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