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만난 이 땅의 아주 오래전에 살던 영혼들의 이야기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 때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
나는 개인 수련이나 꿈에서 작업에 대한 영감을 받을 때가 많다. 의뢰받은 그림이나 특정한 에너지를 찾아 그리는 경우를 제외하고, 어떤 때는 에너지가 연결되어 알림을 받아 자연스럽게 그리게 되는 것들도 있다.
얼마 전 우연히 찾은 곳에서 캐나다 동부 땅이 간직한 이야기에 공명하게 되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이런 경우는 에너지 도안으로 살펴보지 않아도 반명상 상태가 되며 저절로 손이 움직인다. 진공의 시간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펼쳐진다.
내가 풀어내야 할 이유가 있으니 느껴지는 거겠지 하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이 많이 몰려 잠시 중단했고 그 후 감기로 열흘을 누워있는 동안 꿈과 명상을 통해 땅의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나는 새벽, 특히 한 시 이후에는 명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두 시쯤 되었는데도 지금 집중해야 한다는 강한 생각이 들어 명상에 들어갔다. 땅의 에너지가 다시 느껴졌고, 그때 어떤 에너지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의 웅성거림과 들끓는 소리속에서 딱 한마디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튀어나왔다.
"I believed you, I believed you!"
다수의 사람들이 화가 난 절규가 다시한번 목 차크라에서 꽉 막히며 느껴졌고, 순간 내 앞으로 수많은 에너지체들이 다가온 것이 느껴져 바로 자리를 정리했다.
이주 후, 이틀 전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삼십대 초반의 어느 원주민 남자였다. 그을린 갈색 피부를 가졌고, 부족에서 두세번째가는 권력자였다. 어린 나이임에도 힘이 있던 건 Seer, 예언을 보는 자였기 때문이었다.
똑똑했고 아는 것이 많으며 야망이 넘쳤다. 자신감도 있었고 무언가를 교류하며 이뤄내는 그런 능력도 있어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꿈속의 ‘나‘는 거짓 예언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거래를 했고, 정해진 날짜 전에 부족 사람들을 이 땅에서 떠나게 해야 했다. 그 날짜가 눈에 보이면서 그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장면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저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땅이 우리를 떠나라 한다고 거짓말했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평생 살아온 땅을 떠나야 하느냐 물었고, 나는 그렇다 답했다. 이 거짓말이 결국 부족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때 들었다, 내 손을 잡으며 "I believe you"라고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어제까지도 기운 없이 잠만 자다가 오늘은 갑자기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종일 집중하고 이제 마무리만 남았는데, 거짓말처럼 몸이 가뿐하고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류의 작업들을 가끔 하지만 할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든다. 신기하면서도 슬픈, 그런 기분이다.
어떤 그림들은 누군가만을 위해 꼭 그려주어야 하고
어떤 그림들은 세상에 드러나야 하며,
어떤 그림들은 간직하기만 해야 하고,
어떤 것들은 종이 위에 풀어낸 후 태워야만 한다.
며칠 전의 신뢰하는 선생님과의 안부전화가 다시 생각난다.
"이유 없이 오는 인연법은 없어요. 풀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