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Jan 15. 2019

내 선택은 내 책임

어른 노릇 잘 하고 있나?

 요새 일과 중 하나는 학원 투어다. 이제는 더 늦지 않아야한다는 일념으로 배우고 싶은 걸 백화점 아이쇼핑하듯 찾아다닌다. 정확히는 수업들을 가상 카트에 담고 가격 비교중이다. 아니, 어릴 때 수강료를 들었을 때도 깜짝 놀랐는데 왜 아직도 깜짝 놀라는 건지. 이 나이를 먹어도 수강료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돈을 벌때 대체 뭐한 걸까 나는.


 오늘 상담 받은 학원은 전문학교와 비슷한 학원이었다. 엘레베이터를 같이 타고 올라간 다른 상담 학생은 엄마와 함께 온 모양이었다. 상담 테이블이 멀지 않았던지라 그 친구 엄마가 한 마디, 한 마디 거드는 게 내 귀에도 들렸다. 얼굴에서부터 어린티가 풍겨지는 학생은 이미 학원 시설에 홀린 상태였고, 어머니는 학원 졸업 후 취업은 어떤지, 등록금은 얼마인지 문의하느라 학생의 들뜬 얼굴이 안중에도 없는 눈치였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작은 케이크를 사서 헛헛한 마음을 달래볼까 한참 고민하다 결국 빈손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 헛헛함은 학생이 부러워서도, 삶이 후회스러워서도 아니다. 비록 방황과 고민으로 20대를 다 보냈지만 지난 삶에 후회는 없다. 게다가 누굴 부러워하기엔 다른거에 신경쓰기도 벅차다. 그럴 시간이 음써.


 다만, 그저 모든게 막막해서 그렇다. 이 단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막막하다

이제 엄마가 내 삶에 간섭할 시기는 지났고 내 밥벌이는 내가 해야 하는 상황인데 나는 여전히 한 스물 둘 정도에서 멈춰있는거 같다.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 것도 내 몫, 그 선택에 후회하든 좋아하든 모든게 다 내 몫. 이게 이렇게 막막한 일인지 불과 작년까지도 몰랐다. 이십대 패기였나.


 현재의 나는 뭐든 선택할 수 있다.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장사를 해봐도 되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해도 된다. 뭘 선택해도 쉽지 않겠다만은 선택하는 거야 내 맘이니까. 그런데 어떤 걸 선택해야 내가 행복할지, 내가 먹고 살만할지, 후회가 없을지 모르겠다. 선택지가 넓고 크니 망망대해에 빠진 기분이다. 심지어 어찌나 욕심은 많은지. 이왕 버는거 오래 먹고 살고 싶고, 우리 엄마한테 좋은 옷은 못사줘도 월세는 지원해주고 싶고, 아주 가끔이라도 내 동생 여행은 보내주는 그런 선택지를 희망한다.


 부양할 가족도 없는데 왜 이리 혼자 내비두면 청승인지. 그간 내렸던 무수히 많은 선택들이 맞는 선택들이었는지 새삼 의심스럽다. 중학교 2학년때 내 계획대로라면 말이지, 지금쯤 미국에서 공부를 하며 몫돈이 1억쯤은 있어야 한다구. 오늘은 옛 다이어리나 꺼내서 나를 되돌아봐야겠다. 앞으로 내가 할, 혹은 하고 싶은 선택들이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찾아나봐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왜. 내가 나이 있어서 불편하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