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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an 11. 2019

왜. 내가 나이 있어서 불편하냐?

마음은 여전히 어린애구만

 어릴 때는 돈 버는 게 싫고 화나기는 했어도 무섭지는 않았다. 어디 가더라도 내 밥 벌이 하나 못하랴 싶었으니까. 그런데 서른 줄에 들어서니 내가 할 일의 범위가 좀 좁아졌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다. 애초에 나이 제한이 있는 곳도 많고, 대놓고 더 어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곳도 있고. 나 또한 내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아르바이트 자리들은 적당히 모른척한다.


 퇴사할 때 제일 무서운 게 돈이었다면 지금 제일 무서운 건 가능성이다. 정확히 말하면 외부가 - 지멋대로 - 판단하는 가능성의 크기. 나란 사람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종종 느낄 때마다 몸이 움츠러든다. 아직도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해보고 싶은 일이 백두산인데. 하고 싶은 일로는 경력이 없어 잘 할지 말지를 증명할 길이 없고 할 수 있는 일들은 나랑 비슷한 또래가 나를 부려야 하니 불편해한다.


 방황하는 사람들이 넘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한 자리에서 진득하니 자기 직무를 쌓은 사람도 많고, 이미 어릴적에 꿈을 찾아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벌써 몇번이나 실패해보고 다시 성공한 사람들도 많더라. 세상 천치에 멋진 사람들만 가득하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문제는 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고 고용할 시점이 왔다는 거다. 대학을 막 졸업했을 때는 알바를 구하든, 인턴을 구하든, 직장 자리를 알아보든 면접시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은 당연히 나보다 훨씬 연배 높은 선배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면접 자리에 가면 내 또래들이 내 건너편에 앉는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직장 자리를 찾을 때마저도. 특히 내가 가고 싶어하는 세계나 몸 담았던 세계는 더욱 그렇다.


 이제껏 뭐했어요?


 드라마 대사인줄. 아르바이트 면접 자리에서 들은 한 마디가 무척 아렸다.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직장도 다녔고, 다니면서 이것 저것 배워보기도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삶을 흘려보낸 기억은 없는데. 내 나이에 대체 뭐하고 싶냐는 질문보다 더 시렸다. 살아온 발자취가 모두 부정 당하는 기분이라서 더 그랬다.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도전정신은 설렘과 기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전정신을 갖고 헤쳐나가는 길에는 나름의 아쉬움과 기회비용에 대한 미련과 종종오는 현타와 그리고 생각보다 차가운 시선들이 도사린다. 그래서 그 오랜 세월을 나는 가고 싶은 일을 외면하고 살았나 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떼려는 상황이라, 무서운게 너무나도 많다. 내가 간신히 뗀 이 발걸음 끝에 또 내 나이에 태클을 거는 사람들은 몇이나 있을 것이며 대학을 갓 졸업한 친구들이 뛰어드는 시장에 나와 같이 일하려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나를 위한 삶을 살거다. 눈치 주지 않는 엄마와 조용히 배려해주는 친구들과 말 없이 용돈 챙겨주는 동생을 버퍼 삼아서, 해 보고 싶은거 하고 살고 싶은 삶 살려고 한다. 지금 읽는 책 제목처럼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가 올해 목표고 비전이다. 물론 알바를 찾으면서 나이에 움츠러 들거고 말하기 어려워 할거고 스스로 정말 못났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뭐 어떠랴. 나에겐 괜찮다고 말해줄 내가 있는데. 후회만 남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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