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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an 07. 2019

시간이 돈이라면 나는 백만장자로소이다.

정당한 교환

"대체 무엇을 하오리까?"


 백수가 되고 나서 생긴 고민들 중 하나는 넘치는 시간이다. 손에 쥐어진 시간이 너무 넘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친구들과 정신 없이 만나고 수다 떠는 일정이 지나가니 24시간 하루가 너무나도 넘친다. 당장 뭘 해야 하나 난감하다 못해 당황스럽다.


 그러고보니 문득 든 질문. 

나는 한번이라도 주체적으로 시간을 계획하고 산 적이 있던가? 

 

별로 없던 거 같다. 시간을 무한정으로 쥐어주면 방탕과 게으름의 끝을 달리는 편인 나는, 애초에 믿지도 않고 믿어보려 하지도 않았다. 나 자신을 안 믿으니 무언갈 해내야 하는 상황이면 강제적으로 행할 수 있는 스케줄을 짜고 그 스케줄에 스스로를 밀어넣었다. 학원을 돌리든 스터디를 하든. 스케줄이 빼곡히 마련되었던 고등학교 시절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셈이다.


 멍 때리고 아침을 보내고 나면 머리 어딘가에서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알람이 울린다.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카페를 가도 한 두어 시간은 멍하다. 대체 나는 오늘 뭘 해야 하지? 시간을 자율적으로 계획하고 문제를 본인 힘으로 만들어 내는 근육이 전혀 없으니 시간을 가져도 소용이 없다. 마치 밀림 속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한국 화폐를 전달한 꼴이다. 


 시계 바늘이 오전 10시를 가르킬 때 즈음 일어나 동네 운동장을 천천히 걷고, 집에 오면 하염없이 책을 읽는다. GDP에 1도 도움되지 않은 일련의 일들은 내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시간이 없어 조마조마하며 살던 직장인의 삶에 마침표를 찍은 대가는 이런 방법으로 혹독하기도 하구나. 분명 나는 퇴사가 처음이 아닌데. 이전 퇴사 후에는 어떻게 살았더라? 왜 이번 퇴사는 손에 쥐어진 시간들이 이렇게나 버거운걸까.


아 저, 폼난다의 기준이 시간이라면 저도 해당되는데요..

 퇴사하기 전에는 모든 걸 퇴사 후로 미뤘다. 공부도, 체력 증진도, 마음의 안정도. 그런데 막상 퇴사하고 보니 그 어느 하나 쉬이 해내지 못하는 나를 마주한다. 시간은 가차없이 흐른다. 가차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나는 우물쭈물하며 이 시간들을 손에 쥐지 못하고 흘려보낸다. 난감해하고, 당황스러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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