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존해주세요 (9) 고요의 바다

30대 편집자의 취향 확립 프로젝트

by 선선

저 멀리 수평선의 끝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그 밑에 다른 색감의 파란 바다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가늠조차 안되는 그 바다가 일렁임 하나없이 고요한 모습으로 있다.


임용 시험을 몇 차례 연거푸 떨어지고 찾았던 부산 해운대 바다 앞에서 나는 한참동안 수평선을 바라봤었다.

저 먼 바다 끝에는 뭐가 있을까, 저 깊은 바다 속에는 뭐가 있을까, 나는 이렇게 땅 위에 발 붙이고도 끝없이 흔들리고 일렁이는데 저 바다는 어떻게 저리 고요하고 평안할까.

얼마나 생각이 흘렀을까. 나도 모르는 새에 어지럽던 생각이 사라졌다. 그냥 멍하니 수평선만 바라봤을 뿐인데 생각이 정리되고 나도 덩달아 고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마음이 힘들던 그 어느 날에도, 가족들과 설렌 마음을 안고 찾은 그 어느 날에도,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한 그 어느 날에도. 나는 그 먼 바다 끝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일상 속에서 부단히 일렁이는 나에게 바다는 어디서봐도 한결같이 고요한 존재였고, 그래서 좋았다.



아직은 차가운 바다 바람을 맞으면서, 바닷물이 들이쳐 뭍과 만나는 곳에서 새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계속해서 부셔지는 파도가 다시 넓은 바닷물에 흘러 들어갔다.


저렇게 매서운 파도도 결국 바닷물로 흘러 들어갈테지? 저 먼 수평선의 끝으로 합류하는 파도가 어째 내게는 위안이 되었다. 내가 부서져라 하는 이 끝없는 고민도 끝끝내는 바다처럼 고요하고 흔들림없이 평온한 상태에 다다를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한다.


바다가 좋아. 우리, 바다보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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