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다. “일어나야지~”
조금은 느긋하게 보내고 싶지만, 너무 늘어지지 않게 아이들을 깨운다.
그때, 현관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짝꿍이 돌아왔다.
작업복 위로 배어 있는 땀자국.
속옷까지 흠뻑 젖은 그의 모습이 먼저 들어온다.
“허… 오늘도 곰팡이 가득한 벽지 싹 다 뜯어내고 바꿨어. 씻고 올게.”
남들은 “인테리어”라고 말하지만, 실은 도배사다.
아침부터 무거운 스크래퍼를 들고 곰팡이 낀 벽을 벗겨내고, 새벽빛 아래 벽지를 바르는 손끝.
그 손길이 지나간 자리에 언제나 새집 같은 환한 공간이 태어난다.
“나, 애들 데리고 좀 나갔다 올게.”
순간, 그 한마디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묵묵히 일만 하던 그가, 쉴 틈조차 없던 그가 오늘은 나 대신 아이들을 챙겨주겠단다.
이 조용한 집, 이 잠깐의 고요.
나에겐 ‘쉼표’ 같은 선물이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유튜브 영상 하나가 끝나고 보니 벌써 37분이 훌쩍 지나 있다.
헉, 시간 순삭
문득
‘요즘 나는 어땠지?’
하루하루 바쁘다는 핑계로 내 마음을 외면하고 있던 나.
그런 나에게 “너, 좀 쉬어도 돼.” 마음속에서 말을 한다.
그러던 찰나 띠리리리. 철컥.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엄마~~~~! 과자 사 왔어~”
“우리 놀이터 갔다 왔어.”
다시 소란스럽고 정신없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방금 전의 고요가 그렇게 좋았는데, 지금 이 소란이 또 얼마나 반가운지.
이렇게 짧은 틈새의 고요함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아주 큰 선물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고마워. 오늘, 진짜 숨 쉬었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하루면 괜찮은 것이다.
우리, 정말 멋지게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