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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래하는 짱쌤 Feb 21. 2022

저도 교장은 처음입니다만

나는 초등학교 교장이다.


스물네 살에 교사가 되어 장학사와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었다.‘학교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삼십 년이 넘는 세월을 학교에서 보냈다. 내가 교장이 되자 나의 주변 지인, 교회 사람들, 학부모, 교사들이‘교장’에 관심을 보이며 많은 질문을 했다.


어떻게 교장이 되셨어요?

학교에서는 교장이 최고라던데 교사들이 쩔쩔매지요? 

엄마가 교사였으니 아이들이 공부도 잘했을 것 같아요.

교사로서 받은 축복은 무엇인가요?


한 명 한 명 만나서 답변을 하는 것보다 한방!! 에 짜잔!! 하고 궁금증을 풀어주고 싶었다. 

이 책은 한 교원의 성장기로 교사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이루어 갔는지, 교사부터 장학사, 교감, 교장이 되기까지 단계별 과정에서 겪은 도전과 실패, 교장이 되어 교사, 교직원,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부딪히며 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또한 학부모와 나누고 싶은 교육 이야기와 코로나 19로 달라진 학교, 학생, 교사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았다. 이 책이 교사를 준비하는 예비교사, 신규교사, 경력교사, 교감, 교장, 학부모, 또는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교장은 처음이지만 좋은 교장이 되고 싶다.

누구나 좋아하는 교장은 탁월한 능력이 아닌 ‘모든 의견은 동등하게 소중하다’의 마음으로 어떤 말이든 주저 없이 하고 들어주는 교장, 밝은 얼굴로 대해주는 교장, 교직원을 믿고 사랑하는 교장, 누구든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해주는 교장으로 주로 성품이 좋은 교장을 말한다. 교직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밝은 얼굴로 친절하게 대하는 교장이라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은 듯하여 마음이 조금 가볍다.


교장이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다듬어지지 않았던 열혈 교사 시절, 아이들에게는 엄한 교사였다. 학급 아이들의 공부와 모든 활동, 개인사까지를 모두 일일이 간섭하며 챙겼다. 그 모습을 오히려 엄마들은 좋아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가는 대회에서는 아이들을 닦달하며 우수한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다. 상장과 부상으로 탄 상품을 들고 의기양양 개선장군처럼 돌아오곤 했다. 참으로 기고만장한 시절을 보냈다. 돌아보면 한없이 부족한 교사였다. 성격이 강하고 확실한 나머지 아이들보다는 나를 드러내는 주객이 전도된 교사로서의 삶이었다.


그 이후 여러 과정을 거치며 좁은 식견, 나만의 틀과 한계에 부딪혀 좌절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우수한 실적이 아니면 실패라고 여기며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들 앞에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사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정말 뭐가 중한디?’ 하는 생각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관점을 전환하고 나를 바꿔야 했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조금씩 좋은 성품을 가진 유연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며 치열함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시간과 환경이 바뀌며 강한 성격이 부드럽게 바뀌어 갔다. 말의 영향력을 알고 말의 사용과 조절의 힘을 배웠다. 관계는 계속 연결되어 나의 세계가 확장되었다.


나는 이제 교장이 되었다. 나는 우리 학교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열정이 한껏 장전된 초보 교장이다. 학교를 비울 때에도 늘 마음이 편하지 않다. 신경이 온통 학교로 쏠려 있다. 항상 학교가 궁금하다. 선배 교장들이 말하기를‘에고...전전긍긍하지 말고 학교에 집착하지 마세요. 교장 없어도 학교는 잘 굴러가요. 학교에 교장이 없으면 교사들과 직원들이 더 좋아해요.. 무드(無頭)데이라나 뭐라나....’


나는 평생 정해진 출근을 매일 반복했다. 교장이 되어서도 항상 마찬가지였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묻는다.

‘아직도 학교가 그렇게 좋은가? ’‘응, 너무 좋아...’

방학 동안에 근무하며 먹을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으면 또 물어본다.

‘여전히 학교가 그렇게 좋은가? ’‘응, 좋아요. 도시락 맛있게 먹고 열심히 일하고 올게요.’하고 학교로 출근한다. 누가 보면 권태롭고 따분한 일상으로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매일 그 의미가 다른 날들이었다.

이제 초보 교장으로 우왕좌왕하던 시기를 지나 일 년이 넘으니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선배 교장들이 하는 말도 이해가 되었다.


출근하며 10분 예배를 드렸다. 기름 부음을 받은 날부터 온갖 고생을 하며 부하들을 정말 사랑하고 잘 훈련받은 사람, 다윗은 왕이 되자 부하들이 전쟁터에서 싸우는 중에도 왕궁에서 늦잠을 자고 더구나 부하의 아내 밧세바를 취하는 중한 죄를 지었다. 어떻게 훌륭한 사람, 다윗이 이런 끔찍한 죄를 짓게 되었을까? 그것은 편안하고 안락한 풍요로움 속에서 긴장과 경계를 늦추고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나를 다시 잡아주었다.


나의 교직 인생을 돌아보고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생활하고 잘 마무리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나의 책이 출판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이다. 평생동안 열심히 응원해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조언과 격려로 북돋아 준 딸, 기도해주신  목사님, 교사인 내 동생 , 글쓰기 사부 엄주하 작가,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도와준 사서 선생님, 기꺼이 나의 책 속의 자료를 제공하고 여러 사례가 되어준 교감, 부장들을 비롯한 우리 학교 교직원들이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여러분!!! 앞으로 제가 더 잘 할게요. 사랑합니다.


※ ' 나는초보교장입니다: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90616119&orderClick=LAG&Kc=#N  의 프롤로그 내용입니다.


      ( p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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