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되었다. 예전만 해도 사무실이나 집에서 스마트폰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잊고 지낼 때가 많았던 그였다. 자신이 언제 어디에 있을지는 뻔한 일이고, 답답하면 누군가 사무실이나 집으로 연락하겠지 하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J의 집에는 아직도 유선전화기가 놓여 있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이 계시니 혹시 휴대폰이 안 될 때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시작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순간의 상황을 보관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처음에는 손바닥 크기의 노트를 가지고 다녔고, 별도의 녹음기로 당시의 기분을 녹음해두기도 했다. 그런데 글을 쓰거나 녹음을 하는 사이, 오히려 순간의 감정이 옅어지는 것이었다. 그 순간의 풍경과 기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J가 선택한 것이 스마트폰이었다. 찰나를 담기 위한 그 나름의 최선이었던 셈이다.
사진은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찰나의 포착은 의도치 않은 좋은 결과물을 남기곤 했다. 시간이 흘러 사진을 다시 보면 당시의 감정이 더욱 풍성해지기도 했다. 스마트폰에만 보관하는 사진을 이렇게 찍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보관된 사진을 다시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했고, 어디에 다녔는지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작은 기계 안에 J의 삶의 역사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으면 유튜브를 본다고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도 하고, 끊임없이 오는 문자와 메신저 때문에 분위기가 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음모드나 비행기모드라는 좋은 장치가 있지 않은가?
스마트폰은 이제 J에게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일상의 파편을 모아주는 작은 기록 도구가 되었다. 사진 속에 남은 순간들이 쌓여 그의 시간이 되고, 그의 이야기가 된다. 언젠가 이 기록들이 의미 있는 삶의 증거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J는 오늘도 작은 렌즈 너머로 일상을 수집하며,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기억으로 바꿔간다.
#하고잽이 생각, 세상 최고 하고잽이(!!) 일상 :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