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일상 - 나 자신과 친구되기

by 조카사랑

J는 원래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본능에 가까웠다. 눈앞의 일에 푹 빠져 있거나, 누군가가 몰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순간 J는 편안함을 느꼈다. 그 사람 곁에서 조용히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신이 함께 그 일을 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J는 자신에게만큼은 집중하지 못했다. 다른 이의 고민은 잘 들어주고 함께 답을 찾아주면서도, 자신의 문제만큼은 '때가 되면 해결되겠지'라며 외면하곤 했다.회사에서 실수한 동료의 하소연을 들으며, 다들 그러면서 배우는 거라고,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린다고, 잘 해결되었으니 다행이지 않냐고 위로 했지만, 정작 본인이 저지른 실수들을 떠올리면 바보 같고 부끄러워 도망치고 싶어졌다. 아마도 답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J는 누구와도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자기 자신과만은 끝내 친구가 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좋은 생각》 8월호에서 우연히 '나 자신과 친구 되기'라는 글을 읽었다. 그 속에는 '고무 오리 디버깅(Rubber Duck Debugging)'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이 있었다. 프로그래머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무 오리에게 설명하다 보면 스스로 해답을 찾게 되는 방법이다. 듣는 이는 침묵하지만, 말하는 과정에서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는 원리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그런 순간을 경험한다.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듯 설명하다가 "어? 맞네, 답을 찾았다" 하고 웃어넘긴 경험 말이다. 하지만 정작 자기 문제를 그렇게 정리해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상담학을 공부한 J였지만, 정작 자신의 고민만큼은 쉽게 털어놓지 못했다. 부끄러움 때문일 수도,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막상 말하고 나면 별것 아닌 일인데 괜히 일을 크게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때 J는 문득 깨달았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아무 편견 없이, 그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존재가 필요해서.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반려식물, 반려돌까지… 관계란 서로 길들여지는 과정이라는 말처럼, 나와 나 자신 사이에도 그런 길들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 글은 조용히 일깨워주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믿어주어야 할 존재는 결국 자기 자신이다. 그 믿음이 단단해질 때, 세상과의 관계 또한 단단해질 것이다. 오늘도 J는 가장 어렵지만 가장 소중한 친구,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거울 앞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도 정말 힘들었지?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고 아무도 너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지? 그런데도 오늘 하루 무사히 잘 보내서 너무 기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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