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과 동시에 J는 늘 커피부터 찾는다. 커피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원두의 맛을 구분할 줄 아는 것도 아니다. 그저 모닝커피 한 잔이 없으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주말 집에서는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걸 보면, 이건 그냥 자신에게 '이제 일할 시간이다'라고 신호를 보내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처음엔 노란색 맥심 믹스커피였다가, 나중엔 화이트 커피로 바꿨다. 단맛도 덜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워서 좋았다. 카페가 많아지고 다양한 원두를 접하면서, J의 입맛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요요즘 J가 완전히 빠져있는 커피가 하나 있다. 바로 근처 저가 브랜드 카페의 '꿀메리카노'다. 아메리카노에 꿀을 넣어주는 단순한 메뉴지만, 설탕의 인위적인 단맛과는 확연히 다른 자연스럽고 깔끔한 맛이 J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역시 사업은 아이디어가 최고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2,500원짜리 커피 한 잔이 이렇게까지 만족감을 줄 수 있다니.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커피라도 J의 타고난 귀차니즘까지는 고칠 수 없었다.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지만 사러 나가는 건 번거로웠다. 그래서 예전에 즐겨 마시던 '우유+믹스커피' 조합을 다시 시도해봤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꿀메리카노와 비교하니 뭔가 아쉬웠다. '단맛이 부족한 걸까? 원두 맛이 부족한 걸까?' 혼자 궁리해봤지만, 맵고 짠 것만 아니면 다 맛있다고 하는 J로서는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그러던 어느 날, 집 냉장고에서 스틱 형태의 꿀을 발견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꿀스틱들이었다. 유통기간은 확인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지나갔어도 먹을 생각이었으니까. 꿀스틱과 카누 커피 가루를 섞자, 놀랍게도 J가 좋아하는 바로 그 ‘꿀메리카노’ 맛이 되살아났다.
“이야, 나 천재인가 봐.”
이 비법은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는 일급비밀이 되었다. 누이에게도, 매부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이다. J는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타마시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같은 재료로 집에서 만들면 이 맛이 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맛이었다. 덕분에 소중한 꿀스틱도 아낄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사실 J에게는 특정 상황에서만 하는 나름의 루틴들이 있다. 고속도로 편의점에 가면 반드시 '소떡소떡'을 먹는다든지, KTX역에 가면 던킨도너츠의 '던킨 먼치킨 10개 팩'을 사먹는 것처럼 말이다.
매일 아침 사무실에서 꿀메리카노 한 잔, 남들이 보기엔 하찮을 수 있는 이 습관이 J에게는 하루를 여는 행복의 의식이 되었다.
어쩌면 삶 자체가 그런 것은 아닐까?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좋아하는, 내가 하고 싶은 그런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 것 말이다. 작은 발견 하나가 일상에 기쁨을 선물해 주었다. 그 기쁨이 쌓여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J는 오늘도 꿀메리카노 한 잔으로 자신만의 특별한 아침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