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일상 - 반추의 시간,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by 조카사랑

10일간의 긴 연휴가 한 것 없이 날아가버렸다. 연휴 시작 전에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밀린 책도 읽고, 나름 많은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연휴가 되자 몸은 그야말로 소금물에 절인 배추 같았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었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연휴 전날 겨우 정신을 차려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했지만 금방 또 녹초가 되었다. 추석 당일에도 20명 가까운 친척들이 집에 왔지만 그들의 웃음 속에 J의 목소리는 없었다. 물론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 반가웠지만 그들 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 방에만 머물렀던 J는 여전히 이방인 같았다. 너무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추석 같은 명절에 친척들을 한꺼번에 맞이하는 게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언니, 오빠, 일가 친척들이 모두 가고 난 후에야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또 하루가 마무리된 것에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는 왜 이렇게 집에만 오면 아무것도 못할까?"


또다시 같은 고민을 시작한다. 아무리 집이 편해서라고 해도 왜 이렇게까지 집에서 맥을 못 출까?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게을러서 그런가? 번아웃인가?"


문득 이미 지나가버린 일을 끊임없이 되새겨 생각한다는 뜻을 가진 '반추'라는 어휘가 떠올랐다.


'어, 이건 나인데?'


걱정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고 하더니, 딱 J가 그 상황이다. 예전에 번아웃으로 병원에 간 적이 있어서일까? 다시 또 그때처럼 안 좋을까 봐 자못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만! 혼자 확대해석하지 말자.'


끝없이 이어지는 걱정의 고리를 잘라버렸다. 이런 생각은 자신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한다고,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나마 오늘은 이렇게 글이라도 쓸 힘이 있으니 상태가 나아진 건지도 모른다. 내일이 되면 책 읽을 기운이 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 그림 그릴 기운이 나고, 그렇게 조금씩 소금기가 빠진 배추처럼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자, 그럼 밀린 독서부터 해볼까?'


한 달 가까이 가방 속에 넣어 다니던 너새니얼 호손의《주홍글씨》를 꺼냈다. 독서모임에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한 책이지만 아직까지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했다. 죄책감과 낙인에 관한 이야기. 어쩌면 지금의 J에게 필요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이달 말까지 완독을 목표로 책의 차례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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