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동안 운동을 못해서인지 6개월 만에 J의 몸무게가 5kg이 늘었다. J의 키에, J의 덩치에 이렇게 살이 찔 수가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먹기가 무서울 정도로 체중이 증가했다. 거기다 근육이 잘 만들어지는 체질이라 그런지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기 전에 근육이 먼저 만들어졌다. 그렇게 J의 몸은 점점 '튼튼한 돼지'가 되었고, 살찌기 전 입던 옷들이 웬만한 건 다 들어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여름 휴가 전에 빼야지, 추석 여행 가기 전에 빼야지' 하던 J의 다이어트 계획은 언제나 '내일부터 1일'로 미뤄졌고, 그렇게 연말이 다가오자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 연말이면 모임도 많고, 대만 여행도 잡혀있는데, 특히 대만 날씨는 따뜻한 가을 날씨 같아서 옷도 가볍게 입어야 한다. 가서 사진도 많이 찍고 싶지만, 어쩌다 찍은 사진에 자신의 얼굴보다 크게 나오는 팔뚝을 보며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런 J의 기분이 평소에도 드러난 것일까? 친한 동료가 팩폭을 날린다.
"언니 그렇게 짜증나는 거 다이어트 해서 그렇다!"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를 신조로 삼고 사는 J인데 그럴 리가 없다고 한사코 부인했다. 화가 나도, 속상해도, 다른 사람에게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써왔다. 그런데 다이어트 스트레스는 J의 신조마저 무너뜨린 것일까?
하지만 어제 저녁 오랜만에 마음 맞는 사람들과 느긋하게 저녁을 먹었다. 매일 사무실에서 얼굴은 보지만 이렇게 따로 밥을 먹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저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그냥 단순히 저녁 한 끼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밤에 잠도 잘 잔 것 같다. 그동안 J의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 정말 다이어트를 해서 그런 것일까? 식단 조절이나 운동을 열심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나 보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살찔까 봐 부담을 느꼈겠지.
좋은 사람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낸 것이 위로가 된 것일까? 아니면 살찔까 하는 걱정 없이 마음껏 먹은 그 자유로움이 J를 가볍게 한 것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강박 속에서는 음식의 맛도, 사람과의 시간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 거울 속 J의 표정을 보니, 다이어트 해서 짜증을 낸다는 동료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짜증을 내면서 다이어트를 할 것인지, 다이어트에 관한 강박을 줄이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것인지. J에게 이 문제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선택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J는 평생 '아빠가 좋아'였다)
식탐이 많은 J가 과연 강박 없이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을지, 한 달 후 대만 여행에서의 사진이 말해줄 것이다. 일단 오늘은, 점심을 먹을 때 살찔까 걱정하는 대신 음식의 맛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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