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상]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by 조카사랑


바다를 싫어했다. 내 인생 암흑기때 본 바다는 나의 감정을 모두 집어삼켜 버렸다. 아무 것도 없는 휑한 바다를 바다보며 내 마음도 바다처럼 휑하게 변했다. 그 뒤로 나는 바다만 보면 그때의 먹먹함이 생각났다.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바다로 갈래? 산으로 갈래?"


왜 항상 여행의 목적지는 바다 아니면 산일까? 아무도 내게 도시로 갈래, 시골로 갈래 물어보지 않았다. 두가지 선택지 중에 나는 항상 '산'이였다. 산 정상에서 보는 저 아래 풍경은 내게 승리감을 맛보게 했다. 정복하는 맛이랄까? 그래 이맛에 산에 다니는 거지!


운전을 시작하고 부모님과 전국의 절을 다니기 시작했다. 절이 목적지가 아니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항상 '절 주차장' 이었다. 절에 가기 위해서는 산구비를 한참 운전해 가야 한다. 계절마다 바뀌는 산의 풍경은 언제가도 멋졌다.


"바다도 좋네!"


산길 드라이브를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웬만한 절을 다 갔다오자 이제 바다도 좋다고 하신다. 그렇게 바다를 가기 시작했다. 이젠 산보다 바다를 많이 간다. 산은 뭔가 준비를 하고 마음을 다잡고 가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반면 바다는 그냥 가면 된다. 굳이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차안에 앉아서 즐길 수도 있다.



이젠 친구들을 만나도 바다에 간다. 산 정상까지 갈 기운은 없고, 사람은 별로 없으면서 시야가 탁 트인 그런 공간을 찾다보니 바다를 찾게 되었다. 바다를 보면서 얘기하다 이야기거리가 떨어지면 눈앞의 윤슬을 바라본다. 어쩜 저리도 이쁠까? 파도소리가 음악소리 같다. 간만에 바다를 본 친구가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을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7080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 들어갔다. LP판이 벽가득 있었다. 도대체 저 음반을 어떻게 아직까지 보관할 수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오래된 것들이다. 메뉴에 커피가 없다. 쌍화차를 먹어볼까? 설마 계란 노른자가 있지는 않겠지?


IMG_9692.jpg
IMG_0143.jpg


이런~~ 진짜 노른자가 있다. 친구랑 마주보면 서로 웃음보를 터뜨렸다. 차에 계란 노른자가 있는 것은 처음이다.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조심조심 차를 마신다. 갑자기 쌍화차에 노른자를 넣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설마 이유가 있을까? 속는셈치고 찾아볼까?


"쌍화차는 전통 한방 음료로, 피로 회복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쌍화차에 노른자를 추가히면 숙면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노른자의 영양소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진정 효과를 가져 오지요." - 대화명 「기쁨맘으로아이」님의 답변중-


세상에나! 이유 없는 것은 없구나!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노른자가 있는 쌍화차 때문이었을까, 간만에 만난 친구와 회포를 풀어서 그랬을까, 친구를 만난 그날 나는 정말 제대로 숙면을 취했다.


# 멋지게 나이들기를 꿈꾸며

# 오늘의 경험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 하고잽이 생각, 세상 최고 하고잽이(!!) 일상 : 네이버 블로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