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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세이] J의 일상-나는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by 조카사랑

30분째다! 10분, 20분까지는 참을만 했다. 그런데 20분이 넘기자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얘기할까? 얘기하지 말까?’ 이 고민만 벌써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 안하지? 내가 꼰대라서 그런가?


30명 가까이 있는 사무실에서 젊은 직원 3명이서 30분째 수다를 떨고 있다. 그것도 서서! 업무에 관한 이야기는 30분이 아니라 1시간을 얘기해도 어쩔수 없지 하고 넘길 수 있다. 개인적인 수다는 가급적 짧게하던가, 오래할꺼면 휴게실에 가야 되는거 아닌가? ‘하다보니 시간이 흘렀다고?’ 그럼 얘기하다 길어질 것 같으면 그때라도 밖으로 나갔어어야지!


결국 참다 못한 J가 사무실을 나왔다. 한바퀴 돌고 오면 얘기가 끝나있겠지? 사무실을 나와도 쉴 곳은 없다. 직원들 휴게실을 없애고 사무실을 만들었다. ‘하루 8시간 꼬박 일만 하라는 건가?’ 50분 일하고 10분 쉬고! 하루에 최소한 1시간 반 정도는 쉴 수 있는 건데! 직원들 휴게실은 남겨뒀어야지!! 노조에서 항의해 봤자 들어줄 것도 아니지만 우리의 권리가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없어진다는데 짜증이 났다.

낀세대! J는 직장 앞 마당을 돌면서 생각했다. 아직까지 자신은 낀세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윗 세대에 어울리기도, 아랫 세대에 어울리기에도 애매한 위치가 되어버렸다. 야근하는 날 혼자 밥먹는 일도 잦아졌다. “저녁 먹을 사람?! ” 물어보고 반응이 신통찮다? 그럼 혼자 간다. 미혼인 자신와는 달리 가정이 있는 직원들을 붙잡아 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입사한 직원들에게는 아예 묻지도 않는다. 물론 그 친구들도 저녁 먹으러 갈 때 J에게 묻지 않지만! 밥이라도 편하게 먹자는 주의라서, 저녁은 눈치보면서 먹고 싶지 않다. 점심 한끼 같이 먹는 걸로 충분하다.

J는 처음 직장에 왔을 때가 생각났다. 그땐 사무실에서 청바지도 못입는 때였다. 청바지를 입으면 안된다는 것도 몰랐었다. 처음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을 때, 여자 선배들의 놀라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야, 너 청바지 계속 입고 와봐라! 위에서 어떤 반응인지 한번 보게!”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받아들였던 것일까? 청바지 입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상사는 한명도 없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직장생활 20년이 넘으면서 이젠 J가 꼰대같은 상사의 위치에 올랐다. ‘자신은 꼰대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요즘 젊은 애들 다 그렇나?“라는 말을 자주하게 된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어쩔 수 없지’라고 위안 삼지만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휴! 추워! 아직도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런! 역시나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바퀴 돌고왔는데,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자리에 앉기 전 결국 J는 한마디했다.

“30분이 넘었는데 아직 얘기가 덜 끝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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