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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세이] J의 일상-부모님을 위한 점심

by 조카사랑

“늦었다! 늦었다!”


꼭 할 일 많은 날 늦잠을 잔다니까! 주말이라고 어젯밤 너무 늦게까지 넷플릭스를 봤다. '애니'덕후인 J는 주말이 되면 좋아하는 시리즈를 몰아서 봤다. 적당히 보고 그만뒀어야 했는데!


점심때 부모님이 오신다. 얼마전 독립한 뒤로 주말마다 부모님께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5남매 막내딸이 독립한다고 했을 때 울면서 반대하던 어머니가, 동네를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겨우겨우 허락해 주셨다. 독립을 했다고는 하나 작은 오빠와 함께 사는 조건이었기에 완전한 독립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식구 많은 집에서 자신만의 공간이 없었던 J에게는 자신만의 공간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독립할 이유가 충분했다. 아마도 그런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주말 부모님께 초대해 점심을 대접하는 것은 독립한 뒤로 J가 하는 숙제 같은 일이었다.


오늘의 메뉴는 짜장면과 탕수육이다. 저렴한 식성의 부모님 덕분에 메뉴를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부모님은 J가 만든 것은 무엇이든 맛있게 드셨다. 제일 먼저 탕수육을 만들기 위해 돼지고기를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잠시 재워두었다. 고기에 양념이 들 동안 짜장을 만들어야 한다. 양파, 당근, 감자, 파프리카! 짜장에 넣을 채소의 껍질을 벗긴 뒤, 깍둑썰기로 썰었다. 탕수육 소스를 만들 채소는 별도로 다듬었다. J와 엄마가 버섯 알레르기가 있어 음식에 버섯을 넣는 경우는 없다. 이놈의 알레르기는 어떤 때는 괜찮다가도, 어떤 때는 발진이 생겨 괴롭다. 그래서 J는 음식을 만들 때 버섯을 넣지 않는다.


식용유를 냄비에 두르고 손질한 야채와 고기를 볶았다. 야채와 고기의 겉만 대충 익었을 때 물을 붓고 냄비의 뚜껑을 닫았다. 자, 이제 탕수육을 만들 차례다. 튀김가루를 물에 풀어 농도를 확인했다. 튀김옷의 농도가 너무 묽으면 튀길 때 벗겨지고, 너무 되면 튀김가루 맛이 난다. 그래서 적당한 튀김옷 농도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J는 자신만만했다. ‘내가 만들었는데 맛이 없을 리가 없지!’ 어디서 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J는 컵의 물로 능숙하게 농도를 조절했다.


돼지고기를 다 튀기고, 야채를 끓이고 있던 냄비에 짜장가루를 풀었다. 한 번만 더 끓이면 짜장은 완성이다. 이제 탕수육 소스를 만들어야지! 네이버에 접속했다. 검색만 하면 간단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가 바로 나온다. J가 가장 많이 따라하는 건 '만개의레시피'다. '만개의 레시피’를 따라해서 실패한 적이 없다.


J는 자신의 손이 빠른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늦잠을 잤지만, 서두른 덕분에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자, 이제 부모님이 오시면 우동사리만 삶으면 된다.


“띡, 띡, 띡, 띡!”


현관 번호키 소리가 들린다. 반찬은 김치뿐이었지만, 2인용 식탁이 가득 찰 만큼 푸짐한 점심이었다. 부모님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며, J는 이번 주도 숙제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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