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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세이] J의 일상 -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

by 조카사랑

“이래서 내가 식당에 오기 싫었다니까!”


J는 생각했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기대하고 오지만 항상 같은 결론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누가 잘못한 것일까? 바뀌지 않고 매번 되풀이되는 상황에 J는 숨이 막혀왔다.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는 날은 어김없이 이 상황이 벌어졌다.


“더 먹어라!”

“배 불러요!”

“그거 먹고 무슨 배가 부르노? 자, 이거 먹어라!”

“배부르다구요! 먹고 싶으면 더 시키면 되는데 그냥 드세요!”


어머니는 J가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말해도 이해를 못하신다. 내가 부모님을 배려해서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 아니, 공깃밥 한 그릇 얼마 한다고, ‘어머니 드시고 싶은 만큼 드시라‘고 해도 항상 중간에 수저를 놓으신다. 밥한끼 먹으면서 이러한 상황이 두세번 되풀이 된다.


처음에는 J도 어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배가 불러도 억지로 먹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포만감이 기분이 나빠졌다. 굶고 사는 것도 아니고, 왜 비싼 돈주고 이렇게 기분 상할 정도의 포만감이 될 때까지 먹는지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너 걱정되어서 그런거지!”


어머니의 말도 짜증이 났다.


J를 위해 하는 건데 왜 몰라주냐는 원망스러운 표정의 어머니를 보면 J는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어머니가 아무리 먹으라고 해도, 아무리 섭섭한 표정을 지으셔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았다. 남는 음식은 버리든, 포장해 오던 신경쓰지 않았다.


부모님은 J가 먹지 않으니 이제 J의 작은 오빠로 타깃을 바꿨다. 무조건 먹으라고 한다. 밥도 절반씩 나눠줘서 J의 작은 오빠는 자기 원하든 원치 않든 식사때마다 밥을 두 공기씩 먹는다. 그러고는 전에 J처럼 과식으로 배탈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J는 부모님, 작은 오빠와 식당에 가면 밥을 3공기만 시켰다. 밥 한 공기 얼마한다고 돈을 아끼냐고 눈치를 받아도 꿋꿋하게 버텼다. 그러면 결국 부모님의 공기밥 절반씩 작은 오빠가 먹었다. 그렇게 하니 네명 모두 식사후에도 기분 나쁠 정도의 포만감은 없었다. 다들 딱 적당하다는 말들을 했다.


요즘 언론에 가스라이팅 얘기가 많이 나온다. J는 착취하고 학대하는 것만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이런 행동도 일종의 가스라이팅 이라고 생각했다. 당사자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것, 그것 또한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J는 부모님의 행동을 유심히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님의 의도대로 하는 것은 없는지 경계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부모님의 의사에 반하게 행동하지는 않겠지만, 원치 않는데 부모님을 위해 싫은 것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J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80세가 넘은 부모님으로부터 50살이 넘은 자녀의 독립은 그렇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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