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상에세이] J의 일상 - 거미가 불러온 추억

by 조카사랑

밤새 비가 왔다. 비오는 날은 출퇴근시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많아 통근버스를 자주 탔다. 통근버스 탈까? 도서관에 반납할 책이 생각났다. 차 가지고 출근해야겠군! 출근 길 4차선 도로 위 중앙 분리대에서 거미 한 마리가 열심히 거미줄을 치고 있다. 도대체 저 놈은 어떻게 저길 간거지?


이슬 맺힌 거미줄을 보며 J는 어릴 때 살았던 집을 떠올렸다. 오래된 시골의 흙집! 마당이 넓고, 대문도 없는, 멀리 떨어진 푸세식 화장실이 있는 집이었다. 비오는 날이면 빗자루로 처마밑 거미줄을 제거해야 했다. 빗자루를 타고 올라오는 거미 때문에 기겁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거미뿐이랴? 흙집이라 그런지 개미도 많았다. 친구들은 바퀴벌레를 무서워했지만 J는 나중에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까지 바퀴벌레를 본 적이 없었다. 나중에서야 개미들이 바퀴벌레 알을 다 먹어치우기 때문에 흙집에는 바퀴벌레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출처: 카더라 통신)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집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은데 그래도 J는 그 시절이 좋았다. 그때는 가난이 뭔지도 몰랐고, 청소일을 하시는 부모님의 직업이 부끄럽지도 않았다. J는 성인이 된 후에도 가끔 그 집에서 살고 있는 꿈을 꾼다. 그러면 꿈에서조차 아련하고 따뜻한 기분이 느껴진다.


J가 살던 집은 넓은 마당에 큰 감나무가 있었다. 마당 한켠에는 텃밭이며, 장독대며, 옛스러운 느낌이 물씬나는 그런 집이었다. J는 마루에 앉아서 빗물이 떨어지는 처마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는 대문없는 집에 살아도 아무 걱정이 없었다.


"퇴직하면 어릴 때 살았던 주택같은 데 살아봐야지!"


하지만 주택에 사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재활용이며, 자질구레한 집수리며 아파트가 주는 편리함을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한번쯤은 시골에 살고 싶었다. 시골에 빈집도 많다던데 몇 년 빌려서 살순 없을까? 전세나 월세로 살아보고 정착을 결정해도 좋을 것 같은데!


출근 길, 거미 한 마리가 불러온 추억이 사무실에 도착할때까지 이어졌다. 이젠 다시 올 수 없을 추억이지만 그때의 기억이 J의 기억속에는 살아있으니 언제든 꺼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J는 속으로 되뇌였다.


‘행복이 별건가?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 하고잽이 생각, 세상 최고 하고잽이(!!) 일상 : 네이버 블로그이] J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상에세이] J의 일상 - 갈비뼈 골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