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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세이] J의 일상 - 멈춰야 보이는 것들

by 조카사랑

결국 회사에서 조퇴를 했다. 너무 빨리 봄을 즐겼는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몸살이 걸리고 말았다. 며칠 전부터 몸이 으스스하고, 목이 따끔따끔한게 혹시나 싶어 종합감기약을 먹었지만 감기는 J를 비켜가지 않았다. 코로나 걸렸을 때도 이렇게 아프진 않았던 거 같은데, 이번 감기는 아파도 너무 아팠다. 금요일이라 다행이라 해야 할지 억울하다 해야 할지 헛갈렸다.


J는 그렇게 3일을 앓았다. 아무 것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시간이 아깝다고 여겨지기도 했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렇게 피로를 푸는 것도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20년 넘은 직장생활에 출장이나, 교육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쉰 것이 제작년 복숭아뼈 수술을 했던 때였다. 발목을 수술해서 걸을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항생제에 취해서 2주간 비몽사몽간으로 살았다. 병원 입원하는 동안에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거창한 목표를 세웠었지만, 결국 그림도 책도 전혀 꺼내보질 못했다. 항생제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지 알 수가 없었으니 억울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왜 아파야만 쉴 수 있는 걸까?"


주말 내내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J는 생각했다. 나름 재미있게,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쉬는 법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는 쉬엄쉬엄하라고 조언하면서, 정작 본인은 제대로 쉬는 법도 모르다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조금만 무리를 하면 이렇게 앓아 눕는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젊을 때는 밤새 일해도 끄떡없었는데, 이제는 밤 10시까지만 일해도 다음 날 피곤해서 집중하기가 어렵다. 열정은 있으나 예전처럼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니, 의지만 가지고 모든 걸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다.


주말 내내 쉬고 나니 몸은 괜찮아졌지만, 다시 출근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밀려왔다. 주말에 나가서 일을 했어야 했는데, 월요일부터 또 야근할 생각에 낫던 몸살이 다시 도지는 것 같았다.


"아~ 어디서 로또 1등 안되나? 놀고 지냈으면 좋겠다!"'


모든 직장인의 꿈이 로또 1등!! 로또도 사야 걸리기라도 하는데 사지도 않으면서 바라긴 엄청 바란다는 생각에 J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덜 아프긴 덜 아픈가 보다"


벚꽃이 한창일 텐데 앓는다고 꽃구경도 제대로 못했다. 꽃은 왜 그리 빨리 피고, 빨리 지는지! 화사하게 핀 봄꽃이, 마치 내 인생처럼 덧없이 느껴졌다.


"월요일 출근하면 회사 근처 공원에 흩날리는 벚꽃이라도 보러 가야지!"


날씨가 많이 춥지만 않으면, 몸이 지금보다 괜찮으면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긴 하지만!


'추운 겨울을 견디고 꽃이 피어나듯, 내 삶도 언젠가 그렇게 피어날 수 있을까?'


J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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