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팠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마음도, 몸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몸과 마음은 그렇게 그날도, 그다음 날도 바다에 빠진 듯 뭍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업무 일정이 예고 없이 바뀌었다. 며칠 여유 있던 일정이, 갑자기 오늘 오전 9시 반으로 당겨진 것이다. 회의의 담당자는 팀장님이지만, 그래도 복사라도 도와드릴까, 눈치만 살폈다. J의 자리는 팀장님 바로 옆.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시겠지’ 싶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정말 바쁘면,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하는 게 더 빠른 순간. 팀장님도 그러셨던 것 같다. 서류 복사, 띠지 부착, 설명자료 응대까지— 모든 걸 혼자 해내셨다. 그런 팀장님 옆에서 J는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실까 조용히 자리에서 대기 중이었다.
“책 그만 보고, 도와드려라!”
그 순간이었다. 과장님이 J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가며 말씀하셨다.
갑자기 몸에 열이 확 올랐다. 몇 번이나 “도와드릴까요?” 물었지만, “괜찮다”는 대답에 그냥 기다리고 있었던 건데…그 말을 듣는 순간, J는 마치 자신이 무심한 사람, 할 일도 안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과장님과는 이번이 세 번째로 같은 부서에 속하게 됐다. 같은 팀에서 일하기도 했다.
‘내가 과장님께 어떤 사람으로 보였던 걸까? 옆자리 직원이 바쁜데도 자기 일만 하는 사람처럼 보였던 걸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과장님의 한마디에 J의 삶 전체가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정신이 무너졌다. 자괴감이 밀려왔다. 물에 빠진 강아지처럼 하루 종일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다.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입을 열면 더 무너질 것 같아서. “별난 과장님”으로 유명하다는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나 왜 미움받는 걸까?"
“계속 이러면… 그만둬야 하나?”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J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아무 것도 못하고 이틀이 지났다. 3일째가 되자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동료에게 털어놓았다.
“나 그렇게 살지 않았는데…그런 대우 받는 게 너무 힘들었어.”
그녀가 말했다.
“응, 언니. 그렇게 살지 않았어. 과장님이 별나신 거야. 신경 쓰지 마.”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나 그렇게 막 살진 않았지. ‘내가 잘못한 게 아니야.’
인정받으려는 마음을 놓고 나서야 신기하게도 그 뒤로 과장님을 대하는 게 한결 편해졌다. 자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에 ‘잘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그 기대가 상처를 키운 건지도 모른다.
마음이 편해졌다. 눈치 보지 않고, 필요한 건 직접 묻고, 이해 안 되는 건 다시 설명을 요청했다. 그리고 마침내 J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문장이 맺혔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살지 말자. 그냥 하자.”
자괴감이라는 열병을 앓고 나서야 J는 알게 되었다. 잘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삶이 훨씬 더 편안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