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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세이] J의 일상-봄날, 여든 부모님께 배우다

by 조카사랑

J는 지난 4월 말, 여든을 넘긴 부모님과 작은 오빠를 모시고 대구 <간송미술관>에 다녀왔다. 한 달에 한두 번은 박물관이나 관광지를 찾는 것이 익숙한 일정이었지만, 미술관은 처음이었다.


‘연세 많은 부모님이 과연 그림에 관심이 있으실까?’


J는 잠시 그런 의심을 품었지만, 익숙한 풍경보다 새로운 감동이 필요하다고 여겼고, 그 결정은 오랜만에 제대로 ‘잘한 선택’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이런 분이 있었다는 게 다행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야. 대단하신 분이네.”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전시실. 전시된 유물과 설명을 읽으며, 두 분은 연신 감탄을 이어가셨다. 작은 오빠의 해설까지 더해지자, 도자기 하나, 그림 하나가 단순한 ‘작품’이 아닌 ‘지켜낸 시간’처럼 느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벽면 가득 디지털로 구현된 <실감영상전시>였다. 파노라마로 펼쳐진 간송 미술관의 작품들이 마치 관람객들이 그 속에 있듯이 실감나게 펼쳐졌다.


“이거 우리 봤던 거잖아!”


아이처럼 손가락을 가리키며 웃는 두 분의 모습은, J에게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았다.


사실 J는 두 분이 미술을 어렵게 느끼실 거라 지레짐작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을 과소평가한 J의 편견이었고, 진정한 장벽은 부모님이 아니라, J의 선입견이었다. J 자신의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결국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10여년 전, 아버지가 말하셨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법 공부를 했을 텐데.”


그땐 웃었지만, 지금 J는 안다. 그 말이 절대 빈말이 아니었음을. 그 눈빛은 여전히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으니까.봄이 오듯, 두 분의 열정도 다시금 꽃을 피웠다.


꽃도 피고, 축제도 많아지는 봄. 간송미술관을 계기로, J는 더 많은 ‘함께’의 계획을 세운다. 어떤 배움도, 어떤 감동도, 나이나 계절을 탓하지 않는다는 것. 그건 분명, 부모님이 J에게 가르쳐준 봄날의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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