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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세이] J의 일상-2만원 행복

by 조카사랑

날이 풀리자 J는 부모님과의 나들이가 잦아졌다. 겨울엔 연세많으신 부모님이 미끄러질까 걱정되어 외출조차 조심스러웠는데, 봄이 오자 바람이 달라졌다. 그 따뜻한 바람을 타고 J, 작은 오빠, 그리고 부모님은 거의 매주 어딘가로 향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편도 3~4시간 걸리는 먼 곳은 이제 무리다. 어머니는 30분마다 화장실을 가셔야 했고, 부모님의 체력도 한층 약해졌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이동하는 여정은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네 사람은 집에서 2~3시간 거리의 목적지를 택했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소소한 일정이 되었다.


그런데, 외식비가 만만치 않았다. 특별한 음식도 아닌데, 관광지에서 네 명이 밥 한 끼 먹으면 8만 원은 훌쩍 넘었다. 게다가 먹는 음식도 매번 비슷해서 점점 지겨워졌다.


“안되겠다. 직접 도시락을 싸야겠다.“


부모님이 유독 좋아하는 J의 김밥. 속재료에 큰 고민도 필요 없었다. 시금치를 안 드시는 어머니를 위해 오이를 넣고, 야채 단맛을 싫어해 그동안 넣지 않았던 당근도 살짝 볶아 넣었다. 어묵은 평소엔 잘 안 넣었지만, 얼마 전 동료의 도시락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이번에는 과감히 넣었다.


결과는? 대성공.

부모님은 한입 먹을 때마다 “맛있다”를 연발했고, J는 쑥스러우면서도 가슴이 벅차왔다. 평소 대접하지 못한 미안함이 살짝 밀려오기도 했지만, 그런 감정도 맛있게 드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조금씩 옅어졌다.


'겨우 김밥?'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밥 재료값 2만 원, 준비 시간 1시간, 그리고 정성만을 준비한 한끼는 그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모두를 만족시켰다. 북적이지도 않고, 돗자리 펴고 느긋하게 즐긴 점심.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그들만의 소풍. 어쩌면 이게 진짜 ‘행복’이 아닐까? 행복은 빈도라는 말이 실감되었다.


‘그래, 8만원짜리 밥 한끼보다, 2만원짜리 도시락 4번이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거실에서“이번 주말에도 집에 오니?”라고 작은 오빠한테 묻는 엄마의 전화소리를 들으며 이번주 도시락은 뭘 준비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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