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경로로 출근했다. 길가의 나무도, 신호등의 패턴도 익숙했다. 오늘도 평소처럼 속도도 일정하게, 마음도 담담하게그저 무탈한 하루를 기대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였다. 멀리서 경차 한 대가 대각선으로 달려들었다. 4차선에서 3차선, 2차선.
‘설마 여기까지 오겠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차의 앞머리가 그녀의 조수석 앞으로 불쑥 들어왔다. J는 반사적으로 클락션을 눌렀고, 핸들을 왼쪽으로 급히 꺾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가드레일과 충돌했을지도 모른다. 경차는 비상등을 켜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J는 놀란 마음을 다독이며 속도를 낮췄고, 남은 출근길 내내 제한 속도를 철저히 지키며 조심히 달렸다.
점심시간, 친한 동료들과 오랜만에 외식에 나섰다. 하지만 주문한 음식이 3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1시간뿐인 점심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기다리다 지쳐갈 무렵, 음식이 나왔다. 의외로 맛이 훌륭했다. 허겁지겁 먹은 점심이었지만, 동료들은 "그래도 이 정도면 됐다"고 웃었다.
오늘 하루의 하이라이트는 퇴근길이었다. 그림 수업을 마치고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던 J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귓가에 익숙한, 좋지 않은 소리. 타이어 펑크였다. 운전석 앞바퀴의 공기가 모두 빠져 있었다. 아침엔 멀쩡했던 바퀴였다. 보험사의 출장 수리를 기다리며, J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아침 출근길에 타이어가 터졌다면… 상상만으로도 몸이 굳어졌다.
집으로 향하는 길, J는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잇따른 사건 사고. 누군가에겐 불운이라 말할 수 있는 하루였다. 하지만 사고는 나지 않았고, 점심은 맛있었으며, 펑크난 타이어도 무사히 수리됐다. 무엇보다도,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안도할 이유는 충분했다.
차창 너머로 스치는 불빛 사이, J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오늘 하루,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전부 잘 해결되었네. 그래, 이 정도면 오늘도 행운이 가득한 날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