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를 살아내는 법, 하고잽이처럼
하고잽이로 산다는 건, 결국 내 템포를 믿는 일이다
“하고잽이로 산다는 건, 매일 자신을 몰아붙이는 일이야.”
J는 그렇게 말했다. 유튜브를 켜는 순간에도 마음 한구석에선 목소리가 들린다.
‘이러면 안 되지, 책 읽어야지, 글 써야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녀는 멈춰 있는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긴장의 삶을 견뎠다. 하고잽이란 이름 아래, 멈추는 순간 자신을 부정하게 되는 어떤 조급함. 그 무언의 압박은 조용하지만 강력했다.
한때 J는 일주일에 세 번씩 배드민턴을 쳤다. 그때는 하루 5시간만 자도 거뜬했다. 운동을 그만두면서 여유 시간에 뭔가 더 생산적인 걸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늘어난 건 ‘잠’뿐이었다. 이제는 7시간은 자야 하루가 돌아간다.
“몸이 늘어지는 게 나이 탓인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어쩌면, 내가 너무 몸을 혹사했던 건 아닐까요.”
요즘 J는 자신의 몸에 자주 미안해진다. 늘어난 잠은 게으름이 아니라, 회복의 시간, 삶을 버텨내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대통령 선거 날, J는 종사자로 하루를 보냈다. 그 단 하루가 생활 리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회복에는 일주일이 걸렸다.
“직급이 있으니 빠질 수 없었고, 내가 빠지면 누군가는 대신해야 하니까요.”
그녀는 멍한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야, ‘시간 날 때마다 무언가를 하는 식’으로는 아무 일도 제대로 이룰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는 내 리듬을 만들겠다고.
요즘 J는 밤 10시면 눕는다. 매일 밤 11시면 전화하는 조카의 전화를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새벽 6시,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맞춰 눈을 뜬다. J의 하루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 아직도 블린이 같아요.”
글을 쓴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 편을 마무리하는 데 30분에서 1시간쯤 걸린다. 아직도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글감을 찾는 재주는 늘었다. 글을 쓰고 나면 영어 팟캐스트를 듣는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매번 이렇게 배워야 할 것이 있는데 하고잽이가 안 될 수가 없지!
새벽 5시 반, 오늘은 아파트 재활용 수거의 날이다. 재활용 수거 차량의 소음으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예전에는 그 소리가 참 시끄럽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다르게 들렸다.
“그래, 이게 일상이었지. 평범한 하루가 시작됐다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J는 그렇게 말하며 오늘 들을 영어 팟캐스트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하고잽이 J의 하루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주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