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곤 했다. 평일엔 식사조차 같이 할 수 없는 날이 대부분이기에, 주말은 가족만의 조용한 식탁을 마련하는 시간이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은 입맛이 까다롭지 않았고, J가 만드는 음식도 “맛있다”고 해주시니, 무엇을 해도 부담이 없었다.
이번 주말 메뉴는 콩나물밥과 파전이었다. 최근 주말마다 부모님과 나들이를 가며 돌솥밥을 자주 먹었고, 그 맛이 아른거려 결국 찬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가마솥을 꺼냈다. 한때 누룽지를 만들어 먹겠다고 자주 사용했던 그 가마솥이었다. 파전은 미리 전날 재료를 버무려 냉장고에 준비해 두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쌀을 씻고 밥을 안친 뒤, 시간 맞춰 파전을 구우면 된다.
하지만 갑자기 가족 회식이 잡혔다. 날씨 좋은 주말, 부모님을 모시고 외식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콩나물밥과 파전을 뒤로 밀렸다. 하지만 준비한 재료가 자꾸 J의 눈에 밟혔다. 콩나물은 다다음 주말까지 가면 상할 수도 있었다.
월요일 아침, 결국 아침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콩나물밥과 파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J는 요리할 때 계량을 잘 하지 않는다. 모든 게 눈대중이다. 밥물도, 소금량도, 간이 입에 맞는지는 복불복이다. 그런데 이번엔 신기하게도 완벽에 가까웠다. 밥은 질지도 퍼석하지도 않았고, 다 익은 콩나물과 쌀알이 각자의 맛을 내며 씹히는 감촉이 살아 있었다. 소금간도 아주 적당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아버지였다. 늘 상을 다 차려야 식탁에 앉는 분이신데, 이날은 엄마와 J가 식사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먼저 수저를 들고 식사를 시작하셨다.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느그 아빠 먼저 밥 먹는 거 보니, 밥 잘됐나 보다.”
J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빠, 콩나물밥 어때요?"
“진짜 맛있다. 최고다.”
서둘러 준비한 아침이 이렇게 웃음을 줄 줄은 몰랐다. 겨우 밥 한 끼였을 뿐인데, 두 분 얼굴에 번지는 그 웃음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귀했다. 점심에는 식상한 빵 대신, 누룽지도 준비해두었다. 가마솥 바닥의 누룽지는 물을 부어 따뜻하게 끓여 드시라고, 그렇게 마음을 한 번 더 얹었다.
기뻐하는 부모님을 보며, J는 도리어 죄스러워진다. 별것도 아닌데, 왜 그토록 제대로 해드리지 못했을까 싶다. 사실 가마솥밥도 30분이면 충분하다. 밥을 안치는 동안 출근 준비도 할 수 있으니, 큰 부담이 아니다. 그럼에도 왜 자주 하지 못했을까, 돌아서면 아쉬움이 밀려온다. ‘자주 해드려야지’ 다짐을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마음뿐. 이렇게 가끔 생각날 때나 해드리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엔 J가 약속이 있어 작은오빠가 두 분을 모시고 나들이에 나설 예정이다. 늘 김밥을 싸 갔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했다. 작은오빠가 “두툼한 계란말이가 먹고 싶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이번엔 그걸 준비해 볼 생각이다. 벌써부터 생각이 분주하다. 그런 고민이 J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