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조카사랑

나는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의 책은 읽는 줄 알았다. 중학교 다닐 때 내 친구들은 《폭풍의 언덕》, 《데미안》, 《어린왕자》를 읽고 자신들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했다. 그에 비해 나에겐 그 책들이 너무 어려웠고, 읽다가 포기를 하거나 전혀 다른 해석을 말하기 일쑤였다. 그렇다 보니 독서에 있어서는 나는 항상 실패자라는 생각을 가졌고 나도 모르게 그 생각은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성인이 되어 무협지와 판타지를 섭렵했지만, 내 주변에는 나보다 더 많이 읽은 친구들이 늘 있었다. 독서에 있어서는 나는 항상 패배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나이가 들면서 이제껏 내 주변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나를 패배자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항상 책을 가까이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얘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할 책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내가 좋아하는 무협지와 판타지는 <퓨전 판타지>, <퓨전 무협지>라는 장르로 끊임없이 발간되었다.


힘들거나 슬플 때 나는 항상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그 힘듦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많은 책을 읽게되었고, 내가 책을 좋아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이 내 삶의 일부가 되면서, 책을 통해 조금씩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러한 그 깨달음은 점차 타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연재되는 글들은 거창한 독서법이나 멋들어진 서평이 아니다. 나는 아직도 독서에선 초보자일 뿐이다. 여기에 있는 모든 글들이 내 삶의 기록이다. 어떤 글은 조카와의 대화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글은 퇴근길 무심히 펼친 책 속 문장에서 출발했다. 읽고, 쓰고, 느끼고, 다시 쓰여지며 조금씩 변화된 나의 삶의 기록이다.


이 글들을 통해 당신도 당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감정이 당신의 삶을 흔들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책이 가진 진짜 힘 아닐까. 책으로 내 감정을 정리한 기록들, 그 한 조각이 당신의 기억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여정은 충분하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