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 드는 방 Dec 15. 2024

'브런치'는 먹는 건 줄만 알았지

브런치 작가 되고 달라진 점 흑과 백

2024년 10월 25일.

메일 한 통으로 제 삶이 이렇게 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브런치는 먹는 건 줄만 알았고, 먹을 줄만 알았던 제가

52일 동안 브런치 작가로 지내며 느낀 변화는 생각보다 큽니다. 특히나 오늘로 15일째 '매일 글 쓰고 발행하기'의 약속을 지키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제 하루하루는 브런치와 글쓰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브런치와 찐하게 함께 한 52일의 여정,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하나, 유튜브와 멀어졌습니다.

○백: 먹방, 강의, 손태진, 포르테디콰트로, 책 리뷰, 독서 논술, 입시 정보, 요리, 저속노화, 혼술 브이로그, 명화 언니……다 나열하기도 힘든 저의 유튜브 검색 목록입니다. 먹방을 보며 혼밥을 하고, 샤워하면서도 강의를 틀어 놓거나 책 리뷰를 흘려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하루 일과의 끝에는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켜놓고 멍 타임을 즐기는 게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넘어 유용한 정보까지 쏟아내는 유튜브라는 블랙홀. 한 번 클릭하면 1, 2시간쯤은 쉽게 잡아먹는 시간 도둑.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 쓰며 음악을 틀어놓는 용도 외에는 유튜브를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유튜브가 궁금하지도 재밌지도 않게 되었다는 게 참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흑: " 엄마, 브런치 중독 아냐?" 브런치 세상 속 글 읽는 재미에 빠져 시도 때도 없이 브런치를 보고 있는 저에게 딸들이 하는 말입니다. 뭐든 한번 빠지면 거의 중독적으로 빠져드는 저의 성향을 알기에 브런치에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재미있는 글, 궁금한 글, 내게 영감을 주고 따라 써보고 싶은 글이 넘쳐나는데 어찌 참나요?


둘, 세상 모든 것이 글감으로 보입니다.

○백: 딸들과의 대화, 신랑과의 카톡 내용, 읽고 있는 책 속 좋은 글귀, 오늘 꽂힌 음악, 산책 중에 마주친 풍경, TV 뉴스 속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엄마와 통화하며 나눈 대화, 독서교실 학생들과 수업 중 생긴 일.....

평범한 매일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글감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글감을 만나 불쑥불쑥 떠오른 생각 조각들이 핸드폰 메모장, 카카오톡 나와의 대화, 브런치 작가의 서랍 속에 단어와 문장이 되어 쌓여갑니다. 이 구슬들을 잘 꿰기만 하면 그럴듯한 글 한 편 나와줄 것 같은데, 이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이 문제지요. 오늘도 저는 글감을 찾아 헤매는 한마리 하이에나가 되어 나의 세상 곳곳을 두리번거리기 바쁩니다.


●흑: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 순간 내가 꽂힌 글감에 집중하느라 그 외에 것들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 버립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이 얘기 오늘 글로 써볼까?" 하며 머릿속으로 글감을 굴리고,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다가도 자꾸만 제 생각은 아이들 넘어 저 멀리로 날아갑니다. 어쩌죠? 집중력 강화를 위해 명상이라도 해야 할까요? 아마도 명상을 하면서도 생각할 것 같네요. "명상을 하면 좋은 점을 글로 써볼까?"


셋, 쓰는 게 재미있어졌습니다.

○백: 쓰는 게 재미있어질 줄이야. 그런데 그렇게 되었습니다. 재밌습니다. 글쓰기 놀이의 최종 보스가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쓰는 게 즐겁고 재밌는 현재의 상태를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이러다가도 언젠가는 재미는 줄어들고 고통과 지루함의 크기가 더 커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요. 그럴 때 지금의 이 즐거움을 되새김질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처음 씹어 삼킬 때만큼 신선하고 싱싱하진 않겠지만, 천천히 되새김질하다 보면 제 몸속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있을 글쓰기 세포들에게 영양분을 보내줄 순 있을 테니까요.


●흑: 분명 재밌는데 잘 안 써져서 울화통이 터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머릿속에 분명 무언가 굴러다니는데 그게 손가락을 타고 흘러나와 정리되지 않는 그 답답함! 하지만 그 또한 글쓰기 던전이 저를 위해 마련해 놓은 레벨업을 위한 함정이자 몬스터인 거겠지요. 고뇌와 울화통의 시간과 퇴고의 허들을 넘고 넘다 보면 어느새 레벨업 된 내가 다음 스테이지의 문 앞에 서있지 않을까요?



사실 이것 말고도 소소한 변화들은 또 있습니다. 집순이로 책상에 붙어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책상과 책장에 쌓여갑니다. 시력이 살짝 더 나빠졌는지 부쩍 눈이 침침하고, 독서교실 아이들에게 글쓰기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자꾸만 더 많아집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글 쓰는 삶을 권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합니다. 책만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읽고 쓰는 삶’이 바꿔놓을 나의 앞으로의 시간이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2024년의 끝자락에 <브런치 스토리>와 만나 참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결이 맞고 생각이 통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등불이자 등대가 되어 함께 갈 수 있음이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새벽 글쓰기 후 푹 자고 나와보니 신랑이 만들어 놓은 토스트.

갑자기 글을 쓰겠다고 설치는 엄마와 아내의 변화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가족들에게도 많이 고맙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브런치에 글 쓰는 엄마나 아내보다 맛있는 브런치 차려주는 엄마와 아내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가끔 밥 때를 놓치기도 하고, 글 써야 하니까 3시간 동안 말 시키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설거지와 빨래를 미루고 쌓아놓는 엄마와 아내를 이해해 주고, 도와줘서 고마워요. 고마운 마음 더 자주, 많이 표현하며 살게요.

“당신이 즐거워 보여서 좋아!” 신랑이 맛난 저녁 사주며 건넨 예쁜 말과 마음.
고마운 우리 딸들을 위해 엄마가 준비한 뇌물, 비이싼 딸기!ㅎㅎㅎ


이제 16일 후면 새로운 한 해가 열립니다. 다가올 2025년에는 브런치를 통해 또 어떤 변화와 성장과 만남을 맞이하게 될까요?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1년 뒤에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밤입니다. 내년 10월25일에 <브런치 작가로 1년을 살아보니>라는 제목으로 글을 발행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 하네요!


“브런치와 함께하는 당신의 2025년은 어떤 한해가 되길 기대하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