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질환과 싸우는 이야기
내 입술은 내내 퉁퉁 부르터 있다. 어디 세게 박은 것도 아닌데. 이제 거의 6개월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윗 입술에만 살짝 퍼지던 버짐이 점점 번지고 번져서 아랫 입술까지, 그리고 입술 밖을 벗어나서까지 각질이 겨지고 따가운 '구순염' 염증과 꽤 오랜 시간 싸우고 있다. 병원에서는 립밤을 하루에 30번 이상 바르라고 한다.
흔히 피부병은 '원인을 알수 없어 더 고통스러운'이라고 한다. 특히 평소 아토피 때문에 괴로웠던 것도 아니고, 음식 알러지도 두드러지게 있는 편이 아니다.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 새우 머리까지 다 먹은 날 온 몸이 가려워지고 장기가 살짝 부었던 갑각류 내장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후 새우는 열심히 몸통만 먹는다. 그러면 크게 모날 것 없는 나날이었다.
그러다가 첫 취직 후 날이 매우 추웠던 환절기부터 겨울까지 손등, 팔, 다리 등 화폐성 습진이 엄청나게 번져 1년 내내 흉측한 흉터와 진물과 싸웠다. 피부과, 한의원, 내과 등등 안가본 병원이 없었지만 모두 한결같이 피부는 원인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였고, 한의원은 차이가 극명한 피부 B&A를 보여주며 50~100만원 상당의 한약을 먹어야 낫는다고 말했다. 마케터라 그런가. 누가봐도 낚시로 느껴지는 사진에 '뭐 이런 사기꾼이 다 있어?' 하는 표현을 대놓고 보였던 나는 그날로 병원으로 발걸음을 끊고 네이버의 '화폐성 습진 아이를 위한 카페'에 가입해서 이런 저런 정보를 모니터링했다.
가입하고 몇개 게시글을 보니 나의 경험과 아주 일치하게도, 온갖 병원을 가도 소용없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고 난후 훨씬 심해진 경험에 끊게 되었다고. (스테로이드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고 만성이 되기 전 초기 잘써서 불을 끄는 용도로는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결론은 모두 '음식'을 말했다. 언젠가 병원에 갔을 때 한 의사 선생님도 원인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되도록 밀가루와 튀긴 음식을 피해보라고 조언을 주셨던 것이 기억난다. 생각하기에 유달리 외식/배달 음식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야채도 좋아하고 골고루 먹는 것을 즐기는 나의 식습관에 무슨 문제가 있기에 고쳐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폐성 습진은 음식을 좀 조절해봐야겠다 라는 마음을 먹고 몇일간 해독주스를 만들어 먹고 어느순간 사라졌다. 정확하게 해독쥬스 때문이었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성격상 식단을 엄격하게 지키는 편은 아니었기에. 그러다 다시 입술에 생긴 구순염으로 식단을 시도해야할 때가 왔다. 모르긴 모르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절기 때 이런 피부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찾아온 불청객을 위해 시도할 것은 6시 이전까지만 음식 섭취, 가능한 1일 1식, 밀가루 자제 였는데 1~2주 동안 시도하고 있음에도 쉽지 않다. 어제도 치킨의 유혹에 넘어가 3,4조각 먹고 자는 내내 소화되지 않아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인간이란 왜 이리 나약한가, 나의 의지는 왜이리 나약한가. 자책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다시 몸을 개운하게 만들기 위해 따뜻한 차를 마시고, 개운하게 운동을 했다. 점심에는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고 야채 위주 식단을 만들어 먹었다. 이 유혹에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매일이 참고 버티는 것의 반복이다. 언젠가 나을테니까, 그때까지 힘내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