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제안 PT 이후 시작되는 문제

by 써니

PART1. 시작할 것인가, 말 것인가


제안서를 제출하고 제안 PT를 마치면 프로젝트는 이제 막 첫 관문을 넘은 상태가 된다. 제안 PT는 세부 요구사항을 조율하는 자리가 아니다. 고객사에서 전달받은 제안요청서를 기준으로 작성한 제안서의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다. 즉, 고객사의 시선에서 우리가 제안서에서 이야기한 방향이 같은 문제를 같은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에 가깝다.


제안 PT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추가 미팅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후 진행되는 첫 회의는 구체적인 기능을 논의하기보다는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또한 이 회의에는 실무 담당자뿐 아니라 회사 대표가 함께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 프로젝트가 고객사에서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지, 그리고 그 방향에 양쪽이 모두 동의하고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맞춰보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발표한 내용이 어디까지 이해되었는지, 어떤 지점이 공감되었는지, 어떤 지점은 조금 더 조율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다만 이 시점까지의 논의는 여전히 ‘방향성’에 머문다. 무엇을 더 만들 것인지보다 어떤 관점으로 이 프로젝트를 바라볼 것인지를 서로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제안 이후에 시작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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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프로젝트 진행이 결정되고, 서로 계약 조건을 맞춰나가기 시작하면 이후 미팅의 성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전제가 생겼고, 그 방향 안에서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부터 제안서에는 없던 세부적인 요구사항들이 조심스럽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요구사항들은 갑작스럽게 생긴 아이디어라기보다, 그동안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가깝다. 방향성에 대한 합의가 끝났고, 함께 간다는 전제가 생겼기 때문에 이제는 말해도 되는 단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점의 요구사항은 ‘추가 요청’이라기보다, 뒤늦게 정리된 판단에 가깝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제안서의 역할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제안서가 여전히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이미 참고 자료로 밀려났는지가 이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장에서 말하고 싶은 말은 결국 하나다. 제안 PT 이후, 그리고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 등장하는 요구사항들은 프로젝트의 변덕이 아니다. 그것은 제안서 단계에서 문서로 고정되지 않았던 판단이 현실적인 요구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 순간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프로젝트는 기준과 계획에 따라 진행될 수도 있고, 사람이 계속 붙잡고 있어야만 이어질 수도 있다.




다음 PART에서는, 왜 기획자는 항상 확정 전 단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는지, 그리고 계약 전 산출물들이 어떻게 계약 후의 기준이 되어버리는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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