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래 전부터 달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원체 걷는 것을 좋아해서 딱히 다른 운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대학교 때, 체대 건물의 헬스장을 저렴하게 이용한 적이 있으나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금방 그만뒀다. 해질 무렵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거리를 걸으면 웬만한 상처와 쓰린 기억들에 딱지가 앉고 치유됨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대한 환멸과 회의에 시달릴 때도 노을이 지는 어둑해지는 거리를 걷다보면 그래도 한 번 살아볼 만한 세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음악 듣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가끔 내가 운동을 하려고 걷는 것인지, 음악을 듣기 위해 걷는 것인지 햇갈린다. 집에서도 쉬면서 음악을 틀어놓곤 하지만 항상 뭔가 하면서 음악을 들으므로 온전히 음악에 집중하지 못한다. 걸을 때는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 음악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 가끔 좋아하는 노래가 계속 나와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염없이 걸을 때도 있다.
한동안 문화센터와 스포츠 센터를 기웃거리며 다른 운동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요가를 알게 되었다. 한 삼 년 넘게 요가의 세계에 푹 빠졌다. 온 몸이 시원하게 풀어지는 느낌, 하루의 피로가 씻기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여러 강사분을 만났지만 하나같이 아름다우시고 몸매가 훌륭하셔서 더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 같다. 특히 빡빡하게 윗몸 일으키기와 유산소 운동을 같이 시키는 카리스마 넘치는 강사분이 계셨는데 그 분 덕분에 제대로 운동을 했다.
그 후 작년부터 직장일이 바빠지면서 7시에 시작하는 요가 수업을 참여할 수 없었다. 잠깐 발레 수업을 들었는데 좋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반이라 운동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겨울엔 여행을 다녀왔고 밖에 나가기 싫다는 핑계로 운동을 소홀히 했다.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시간 날 때는 집에서 타바타 어플을 틀어놓고 따라하곤 했다. 20분간 타바타 운동, 30-40분간 요가를 한다. 타바타 동작 중에 제자리 뛰기가 있다. 재미있었다. 달리기를 집에서도 할 수 있단 말인가. 밖에서 제대로 해보면 어떨까.
요즘엔 날씨가 풀려 언제나처럼 걸어다닌다. 어제도 늘 가던 집 뒷산에서 걸었다. 산에 비치된 운동기구로 운동을 했다. 힙합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면 나도 모르게 라임을 맞추며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운동 기구에서 내려오는 순간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다. 나는 불현듯 달리고 싶어졌다. 내리막길을 뛰어서 내려왔다. 심장 박동이 미칠 듯이 뛰고 마주 오는 바람결이 느껴졌다. 땀이 나고 숨이 찼지만 경쾌함이 내 몸을 감싼다. 해방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뛰어보는 것이 얼마만일까? 학교 다닐 때 체육 시간 이후로 이렇게 뛰어본 적이 있었던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기쁨과 활력이 솟아난다. 내 몸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렇게 달리는 것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주 오래 잊고 있었던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열정이 솟아나는 것 같다.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과 용기가 솟아오른다.
왜 진작 달리지 않았을까? 이 좋은 달리기를 왜 하지 않았을까? 이제부터 나는 달릴 것이다. 언제나 달리는 것처럼 살아갈 것이다. 달릴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것이다. 경쾌하게, 열정적으로, 온 힘을 다해서, 숨이 차도록 힘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