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 써니 Feb 01. 2021

스파이가 타겟을 사랑하게 된다면?

영화, 색계(스포있음)

 이 영화는 한참 전에 봤었는데 선정성으로 화제가 된 것과는 달리 작품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배경이라든지 여주인공 탕웨이와 그녀가 입은 옷도 매우 아름다웠다. 넷플릭스에 있어서 다시 보았다.
 여주인공 왕자즈(탕웨이)는 대학 친구들과 함께 항일 운동을 하는 의식있는 여성이다. 그녀는 악질 친일파인 이(양조위)를 암살하기 위해 막 부인으로 위장하여 이에게 접근한다.
 경계심이 많고 신중한 이는 처음에는 왕자즈를 경계한다. 하지만 둘의 은밀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이 더욱 깊어질수록 왕자즈 역시 그에게 점점 빠져드는데 그래서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그를 처리하자고 같이 일하는 항일운동가들에게 부탁한다.

빨리 일 끝내면 안되요? 그가 심장에 들어올 때 내 마음을 읽어버려요. 뱀처럼 나를 조여온다구요!

이러다 사로잡히는 건 내가 되고 말 거예요. 점점 두러져요. 마침내 그가 내 심장에 들어오는 순간, 내내 구경만 하던 당신들이 뛰어들어와 그의 머릴를 쏴버릴까봐!!!


그러나 그녀의 부탁은 거절당하고 그녀는 점점 더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를 암살하기로 약속된 장소에서  이는 반지를 사주며 애틋한 눈빛으로 내가 지켜주겠다고 말하고 내적 갈등을 견디지 못한 왕자즈는 그에게 도망가라고 말해버린다. 모든 걸 눈치챈 이는 황급히 도망가고 왕자즈와 그 친구들은 체포되어 처형된다.
 이러한 결말은 매우 씁쓸하고 허무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진실을 담고 있다. 사람은 생각보다 육체에 약하다는 것이다. 분명 원수인데도 깊은 만남이 지속되면 나도 모르게 사랑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육체 같은 것이야 얼마든지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왕자즈를 스파이로 보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고 교만이었다. 인간의 감정은 많은 부분 육체에 얽매인다. 사랑은 머리보다도 몸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은 실패한다. 야심만만하게 시작했고 분명 잘 되어가고 있었는데 마지막 순간 좌초된다. 한편으로 의문이 든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족을 체포하고 잔인하게 고문하는 악당에게 저런 마음이 든다고? 저렇게 똑똑하고 의식있는 여성이 저리 허무하게 무너진다고?

 그래서 인터넷 서칭을 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주인공 왕자즈의 모델이 된 인물은 실제 미모의 중국 스파이 정핑루. 그녀는 진보적이고 똑똑하고 애국심 많은 젊은이였다. 그녀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애국지사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매국노 딩모춘에게 접근하여 그의 비서가 된다. 차로 자신을 데려다 준 딩모춘에게 집에서 쉬었다고 가라고 하지만 신중한 딩모춘은 거절하고 1차 암살 계획은 실패한다. (영화에도 나오는 장면) 이후 2차 암살 계획은 모피코트점에서 점핑루와 모피를 사러 온 딩모춘을 제거하는 것이었으나 경계심이 많은 딩모춘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갑자기 상점을 뛰쳐나와 자신의 방탄차에 탑승함으로 실패하게 된다. (시베리아 모피점 사건으로 영화에서는 보석 상점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점핑루는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권총을 숨기고 암살을 시도하나 발각되어 체포된다. 그리고 처형당하는데 그녀의 나이 겨우 22살이었다.

 즉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은 훨씬 기개가 있고 강직하며 끝까지 타겟을 죽이려 한 자기 임무에 충실한 멋진 스파이였던 것이다. 이 영화가 중국인들에게 엄청난 반발을 사고 이후 탕웨이가 중국에서 3년이나 활동을 못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로 치면 강직한 여성 독립 운동가가 친일파에게 빠져 동료들까지 죽게 만든 내용이나 마찬가지인 것. 그들 입장에선 엄청난 역사 왜곡 영화인 것이다.
 실제 정핑루 사진 중 저 실루엣 사진은 영화 속 탕웨이가 생각날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이다. 실제로도 매우 아름답고 세련되었다던 그녀. 그렇게 젊은 나이에  가버린 것이 안타깝지만 실제 그녀는 영화 속 그녀보다 훨씬 멋있었다.

#영화색계 #색계 #탕웨이 #양조위 #영화색계실존인물 #스파이 

매거진의 이전글 츠네오를 위한 변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