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식 사고방식(스포 있음)
겨울이면 영화 라라랜드가 생각난다. 2016년 겨울 본 영화 라라랜드는 충격적일 만큼 좋았다. 이렇게 모든 ost가 다 좋은 영화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 겨울 내내 라라랜드 ost를 들었고 그래서 이후에도 겨울이 오면 이 영화가 생각난다. 나는 dvd를 구입했고 매년 겨울이면 이 영화를 보고 ost를 듣는다. 다른 계절에는 들어도 별 감흥이 없는데 겨울에 들으면 아주 찰떡같다.
영화 라라랜드를 빛낸 요소 중에는 결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해피엔딩이었다면 이렇게 여운이 남았을까?
영화 라라랜드의 결말은 그때 우리가 만약 그렇게 안 하고 이렇게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사고방식에 대한 아련함과 안타까움을 보여준다. 나는 이것을 라라랜드식 사고방식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 때 우리가 더 사랑했다면 어땠을까? 일보다 서로에게 더 집중했다면? 서로를 더 돌보았다면?
세바스찬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밴드 활동을 하자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그래서 바빠지지도 않고 서로 소원해지지도 않았다면? 너의 일인극 공연에 가서 격한 박수를 쳐주었다면? 너를 따라서 파리에 갔다면? 어디 한 번 흘러가는대로 가보자고 하지 않고 서로 꼭 붙잡고 있었다면? 그랬다면 지금 너의 곁에는 그 사람이 아닌 내가 있을까?
우리는 사랑을 던져도 깨지지 않는 단단한 플라스틱 용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사랑은 섬세하게 가공된 유리 공예품 같다. 정성스럽게 조심스럽게 잘 다루어야 하고 자칫 소홀했다가는 금이 가거나 깨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깨진 것은 다시 원래대로 복구되지 않는다.
둘은 사랑보다는 각자의 꿈을 이루는 것에 더욱 집중했다. 물론 세바스찬이 밴드 활동을 한 큰 이유는 미아가 엄마와 통화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고 이것이 참 가슴아프긴 하다. 하지만 밴드 활동으로 모은 돈으로 그의 꿈인 재즈 클럽을 차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어쨌든 그 선택으로 그는 꿈을 이룬 것이다. 이런 과정 없이 결말 부분 상상처럼 만약 둘의 사랑이 견고했다면 미아가 파리로 가도 원거리 연애 형태로 둘의 사랑이 유지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매우 경쾌한 오프닝 곡으로 시작하지만 다시 영화를 볼 때면 더 이상 밝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노래의 가사는 첫사랑이 너무 좋았고 행복했으나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마을을 떠났고 너는 배우가 된 나를 보며 옛사랑을 떠올릴 것이라는 내용이다. 사실상 첫 노래부터 영화의 결말을 예고하고 있는 셈.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밝고 경쾌한 이 노래가 한편으로는 슬프게 느껴진다.
영화나 드라마 속 세계에서는 보통 꿈도 사랑도 모두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에이, 역시 영화잖아' 라며 거리를 둔다. 그러나 라라랜드의 세계는 매우 현실적이다. 우리의 세상은 냉정한 곳이고 각자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어 꿈과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하나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 현실성이 반영되어 있기에 라라랜드는 이 차가운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라라랜드식 사고방식으로 그들이 그 때 사랑에 더 집중했다면? 아마 둘 중 하나는 꿈을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리 잘 하고 있는 거지?' 라고 묻는 듯한 마지막 장면에서 세바스찬의 미소는 슬프지만은 않다. 어쨌든 그들은 차갑고 척박한 세계에서 꿈을 이루었으니. 이 차가운 세계에서 모든 것을 가지기는 힘든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