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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써니 Feb 14. 2021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사랑의 고유성과 이별의 절망(기형도 '그 집 앞')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마음 치지 못했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곳을 잃었네


 겨울의 어느  나는 친구들과 술집에 있다. 술잔이 늘어나고 일행들은 점점 취해 간다. 나는  술집에서 헤어졌던 그녀가 생각난다. 너무 가깝다는 생각, 너무 편하고 좋다는 생각으로 나의 입은 마음대로 움직여 그녀에게 해서는   말을 했다.  순간을 생각하면 나의 입이 너무 원망스럽다. 못생긴 입술을 가졌다는 것은 그녀에게 해서는   말실수를 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결국 그토록 좁은 곳인 술집에서 그녀와 이별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고 술이 들어가자 그녀가 생각나고 나는 흐느낀다. 벗어둔 외투 곁에서 흐느껴 운다.  눈물의 의미를 눈치챈 친구들이 말한다.

"세상에 여자 많아. 잊어버리고 다른 여자 만나."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여자는 많지만 헤어진  여자와 같은 사람은 없다고.
(그녀와 내가 친구들 사이에 같이 있었는데  자리에서 말실수를 하게 되어 그녀가 이별을 고하고 떠나고 친구들이 나에게 세상에 여자는 많다고 위로하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해석에 정답은 없으니)


 시는 어느 겨울   남자가 느끼는 이별의 고통과 그로 인한 회한을 다루고 있다.  나아가 사랑이 과연 다른 사랑으로 대체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이별한 친구들에게 쉽게 말한다. 다른 사람 만나라고, 세상에 여자(남자) 많다고.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라는 노래도 있다. 그런데 과연  다른 사랑이 이전 사랑과 같은 사랑일까? 그렇지 않다. 사랑은 이전 사랑과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에서 우리는 사랑의 고유성과 절대성을 깨달을  있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대체될  없다. 세상에 여자(남자) 많지만  새로운 이성은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 외모, 성격, 말투, 식성, 옷차림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이다. 남자는  '대체될  없음'  절망한다. 사랑의 고유성과 절대성을 절감한다. 세상 어느 누구를 만나도 이별한 그녀와 같은 사랑을 다시는   없음은 사람 많은 술집에서 성인 남성이 펑펑 울게 만든다. 그렇다. 이별은 무서운 것이다.  사람이 함께 사랑한 세계는 파괴되었고 다시는  무너진 세계로 돌아갈  없다.

 시는 마치 취중에  것처럼 취중의 혼란과 취기가 느껴진다.  자체의 서술 방식이 술에 취해 했던   하고, 비논리적인 말들을 불쑥불쑥 내뱉는 그런 느낌이다.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의미도 명확하지 않아 모호하다. 그것이 문학 언어의 특징인 애매성을 더해주어 작품의 매력도를 높이는  같다.
기형도(1960~1989) - 1960 경기도 연평에서 출생하여 연세대학교 정외과를 졸업했으며 84년에 중앙일보사에 입사, 정치부 문화부 편집부 등에서 근무했다. 85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안개'  당선되어 문단에 등장한 그는 이후 독창적이면서 강한 개성의 시들을 발표했으나 89 3 아까운 나이에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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