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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23. 2023

잘 나가는 그녀의 커뮤니티

6.역대급 프리미엄 세미나에 가다

오프라인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 온라인에서 닉네임만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아주 신선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나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잘 거는 편이다. 아이들도 가족 단위로 온 손님들에게도, 눈이 마주치면 안녕 인사를 나누거나 말을 거는 게 수순이었다. 그렇다면 어른은 어떻지? 엄청나게 많은 용기가 필요한 건 아니었으나. 한 겨울 눈바람을 뚫고 생경한 사람들괍 분위기가 빠져들기엔 가기엔 내 발걸음이 미적거렸다. 눈발을 털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서 두리번 거렸다. 들어가니 이미 준비와 진행을 위해 여러 분들이 자리에 와 계셨고, 나는 내 이름표와 테이블 번호를 확인했다. 테이블에는 몇 사람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내가 눈인사를 건냈을 때, 모두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난 사실 이런 세미나는 처음이었다. 수십만원을 내고 들을 프리미엄 세미나라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강사들과 인사드리고, 내 책도 보일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나를 위해 하루정도는 빡시게 공부를 해 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라인업된 강의를 듣는내내 내 손은 매우 바빴다. 돌아보면 필기를 얼마나 보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썼지? 정말 나에게 구석구석 필요한 인스타 강의, 경제 강의, 스피치 강의, 읽고 쓰는 삶에 대한 강의가 주옥처럼 펼쳐졌다. 나는 전문가와 눈을 마주치고 호흡하며 그들이 에너지와 태도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감사하고 만족스러웠다. 여러 분이 강의를 하셨지만 모든 메시지는 모아졌다. 내가 앞으로 가장 하려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와 실천, 그걸 위해서 내가 갖추어야 할 자세와 소통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작은 어색했지만 어느새 하루종일 강의를 들으면서 서로가 조금 익숙해지고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를 보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응원해주며 나누는 시간들이 참 좋았다. 끝나고 간 자리에서 구체적인 이야기와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런데! 강사분 중에 어느 분이 유독 흥미로웠다. 나는 경제에 거의 문외한이었지만 구독이라는 테마를 다루며 나의 관심을 끌고 내 일상의 좌표를 만들어 놓으실만큼 강의도 인상적이었다.

 이래서 중독인가. 나는 결국 그분의 커뮤니티에 또 들어가고 말았다. 아 커뮤니티는 가지를 치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취사선택하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 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지금 하고있는 아카데미를 열심히 하는 것만도 벅찰 수 있을 테니까.


 경제 커뮤니티 구독 방에서 강사님이 내 글쓰기 책을 사람들에게 이벤트로 선물하셨다. 그 덕분에 내 책을 알게된 사람들이 따라서 구매해 주고 따뜻한 후기와 사진을 잔뜩 남겨주었다. 혼자서 끙끙대던 마음이 그저 온라인 친구들의 마음을 받은 걸로도 너무 위로가 되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도 이 방에 무언가 계속 작은 손을 보태야지 하고 말이다. 커뮤니티는 꾸준히 올라오는 정보와, 거기에 속해있는 사람들, 그리고 커뮤니티를 끌고 가는 아침 인사 분위기부터 꾸준히 어떤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결같이 하고있는 배움을 주는 사람들,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늘 생각했다. 나는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면 좋을까, 어떤 걸 나누어줄 수 있을까.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건 책을 출간하거나, 공저로 책을 내거나 작은 가게를 열거나 힘과 위로,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작은 마음을 보태기 시작했다. 아주 많은 곳에서 각자의 색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일은 생각보다 의미 있고 기분좋은 일이었다. 


 프리미엄 세미나가 끝날 즈음엔, 서로 기대고 사진 찍는 게 익숙해졌다. 하지만 더 친해질 시간은 없었다. 시간이 늦어서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왔다. 집에서 받은 여러 강사님들의 싸인을 둘러보며,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커뮤니티가 두 개가 되었다.  

 세미나에서 정리한 노트를 펼치니 만다라트로 작성한 많은 내용들이 공책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런 방식도 생소했지만, 막상 나의 미래 아니 단 일년 후의 모습조차도 구체적으로 구상해 보지 않은 내 자신이 민망스러웠다. 한칸한칸 채워가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너무 생각해 보지 않았고, 찬찬히 돌아보고 새로운 뭔가를 꿈꿀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출간 계획만 덩그러니 써 놓고, 쓰고 싶은 책만 주르륵 적어놓고 난 발만 동동거렸으니까. 과연 어떤 책을 쓸 때, 누구를 위해서 쓸 것이며, 대상을 위한 마케팅 방식과 기획도 하나 잡히지 않는 상태인 것도 너무 황당한 순서였다. 막연히 쓰겠다만 있었지,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 게 접시에 덜렁 발가벗겨진 채 놓여있는 생선 몸뚱이 같았다. 

 그래, 하나하나 다시 거꾸로 되집어가자, 그리고 빈틈을 차곡차곡 채워보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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