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흑곰 Mar 08. 2019

넌 나의 소중한 친구니?

가짜 친구 구분하기


벚나무와 두더지


한 마을의 뒷동산에 커다란 벚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벚나무는 봄이면 예쁜 벚꽃을 피웠고, 짐승들과 마을 주민들이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해마다 찾아왔다. 벚나무에게 사람들과 짐승들은 모두 친구였다. 

한편 두더지는 그런 벚나무가 몹시 부러웠고 자신은 외톨이라 생각했다.

"나무야, 너는 친구가 많아서 좋겠다. 나는 외톨이인데."

"그렇지 않아 두더지야. 내가 있잖아."

"와 정말? 이제부터 그럼 우리 친구네."

두더지는 친구가 생겨서 너무나도 행복했다. 

어느 해, 나이가 들어서인지 벚나무가 봄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 나무를 찾아오던 사람들과 짐승들의 발길을 뚝 끊겼다. 두더지는 꽂을 피우지 못하는 나무가 안쓰러워 물어보았다.

"나무야 왜 꽃을 피우지 못하니?"

"물을 마셔야 하는데 물을 빨아들일 힘이 없어. 나도 이제 늙었나 봐."

땅속 깊이 들어간 두더지는 나무의 뿌리가 바짝 말라있는 것을 보고는 근처의 강까지 구멍을 팠다. 두더지는 손으로 물을 열심히 떠다 주었지만 뿌리를 적실만큼은 되지 못했다. 그래도 두더지는 포기하지 않고 며칠간을 계속해서 물을 떠다 주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지경까지 되자 두더지는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아픈 나머지 나무뿌리에 얼굴을 묻고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두더지는 몰랐다.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이 벚나무가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출처: 넌 나의 소중한 친구야.)




가짜 친구, 진짜 친구


아이가 보는 책에서 우연히 접한 이 이야기를 읽고서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는 이 책을 내게 권해 준 아이에게 너무너무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다시 책을 펼쳐 아이와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이번에는 두 종류의 친구가 보였다. 자신이 필요할 때 찾아오는 친구와 언제고 같이하는 친구.

벚나무가 이쁘게 꽃을 피울 때만 찾아와 주는 짐승들과 마을 사람들은 나무가 꽃을 피우지 못하자 발길을 끊었지만, 두더지는 늘 곁에 있었다. 그리고 친구의 아픔을 치유해 주기 위해 사력을 다해 자신을 쏟아부었다. 

두더지와 나무는 서로가 주고받는 것을 따져가며 친구가 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지내고 함께 대화함으로써 친구가 되었다. 두더지는 사력을 다해 물을 길어다 주면서도 자신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소중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 행동에 조건 같은 것은 없었다. 


지금은 계산적인 어른으로 커버린 우리의 모습, 그리고 늘 이득만을 취하려는 우리 주위에 있는 가짜 친구의 모습과 달리 말이다.



(우리가 보는 모습은 진짜의 모습일까?    출처:구글)




삶, 빼기 가짜 친구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이들과 친구가 된다. 

너무나도 흔한 말이지만 진짜 친구는 자신이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야 비로소 가려지는 법이다. 

사실 나는 두더지가 되어 보았다. 경계심 많던 내 친구는 나의 모습에서 모든 의심을 거두고 기꺼이 나와 '진짜 친구'가 되어 있다. 이미 그의 주위에는 그가 그 시절 알던 '가짜 친구'는 남아있지 않다. 


우리 주위에는 꼭 필요한 친구들도 있지만 빼버려야 할 친구도 많다. 화려한 벚나무의 겉모습에 취하는 것이 아닌, 아픔을 조건 없이 감싸주는 두더지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친구다. 내 행복을 앞에서는 축하해주면서 뒤에서는 질투하고 시기하는 친구가 아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친구가 필요하다. 내 슬픔을 앞에서는 위로하면서 뒤에서는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지 않는 친구가 필요하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그동안의 추억과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어 있는 관계는 없는가? 쉽게 빼버리지 못하는 가짜 친구들로 인해 혹시 오늘도 괴롭지는 않았는가? 가면 안쪽의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는 가짜 친구들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속앓이를 하지는 않았는가? 스스로의 감정을 다치고 희생해 가면서까지 그들을 우리 삶에 계속 더하기로 남겨두어야 하는가? 


그들에게 과감하게 빼기 부호를 붙여보자. 그리고 상상해보자. 그들이 없는 자신의 삶은 어떠할지. 당장 그들이 없어도 자신의 삶에 균열이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 떠오르는가? 혹시라도 있다면, 과감하게 그들에게 빼기 부호를 붙여보자.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더하기 부호를 붙일 수 있는 '진짜 친구'를 찾음과 동시에, '가짜 친구'가 가면을 벗어놓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 저 까칠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