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음주
어떻게 살다 보니 13년째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특별할 것 없다 생각하고 지내왔는데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나름의 규칙을 몇 가지 정리하고 또 공유하려 한다. 총 3편으로 구성하여 올릴 계획이다. 내 나름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지키는 규칙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크지는 않더라도 다이어트 또는 기존보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언가 대단한 방법을 찾고 계시는 분들께서는, 죄송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
군대를 제대할 무렵 몸무게는 77kg이었다. 애주가인 탓에 술자리가 굉장히 잦은 편이었지만, 평소 운동도 즐겨했던 터라 대학 생활 내내 그 몸무게가 유지되었다. 그런데 그만... 보고 싶지 않았던 '8'자를 보게 되었다.
졸업 직후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좋아하는 운동을 못하게 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활동량이 떨어지고, 변함없이 잦은 술자리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그때가 82kg. 대학 졸업 이후 딱 5kg 이 불었다.
그러기를 13년. 나는 여전히 평균 82kg을 유지하고 있다. 체중 증가가 감당되지 않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친 듯이 운동하거나 과하게 다이어트를 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술자리는 1주일에 기본 2회를 상회한다. 먹는데 느끼는 행복이 남달라 잘 먹고 또 많이 먹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내 생활 습관이 몸무게를 유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되어 공유해보고자 한다. 한 가지 인지해야 할 점은 다이어트 팁의 공유가 아닌, 즐겁게 맛있게 먹고 난 후 유지하는 법에 대한 팁이다.
좋아한다. 아니, 정말로 사랑한다.
말했듯이, 1주일에 2회 이상 음주를 한다. 집이든 밖이든 모두 포함해서 더 마시는 경우도 있다. 주로 소주를 애용한다. 소주 안주는 대부분 고칼로리의 음식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매콤한 안주를 좋아해서 닭발, 해물찜, 곱창/막창, 불족발, 매운 치킨 등을 즐긴다. 대표적인 회식 메뉴인 돼지고기나 치킨 요리 등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물론 이 음식들을 행복하게 입으로 집어넣은 다음날, 체중계는 내게 욕을 한다.
'어지간히 X 먹었구나...' 하고.
음주를 할 때 별다르게 신경 쓰는 점은 없다. 다만 너무 빠른 속도로 마시지 않으려 한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어서 한잔 마시고 (살짝 밑장도 깔고) 한 템포 쉬어간다는 느낌으로 즐긴다. 마실 때는 그저 즐겁게 마신다. 안주를 섭취하는 양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일단 먹을 때는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즐겁게 먹어야 한다. 입이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니까.
참고로 일러두자면, 다행히도 건강 검진에서 아직 이상 신호는 전혀 없다. 간, 위, 대장 모두 건강하다.
최근에는 깔라만시를 소주에 곁들여마신다.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고는 하는데 아직 체감상 느끼지는 못했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레몬주스를 마시는 느낌을 주어 편하고, 또 음주 후 기존보다 속은 확실히 편안한 것 같다. 다만 비율 조절이 잘못되면 속이 쓰릴 수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날, 속이 아무래도 부담을 느끼지만 끼니는 절대 거르지 않는다. 반드시 든든하게 먹는다. 라면보다는 밥 위주로 식사하는 편이다. 특히 아침 식사는 더 든든하게 먹는다.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당연히 알코올 분해 때문에 몸에서 물을 원하는 것도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물을 많이 섭취한다. 정확하게 몇 리터를 마시는지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많이 마신다. TV에서는 2리터를 권장하던데 음주 다음날은 평소와 달리 그 정도는 마시는 것 같다. 대신 갈증 때문에 냉수를 마시는 게 일반적인데 나는 일부러 미지근한 물을 텀블러에 가득 따라 틈틈이 마시기를 반복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 커피는 금물이다. 커피는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몸의 수분을 배출해 주므로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못된다. 하루에 커피를 2~3잔가량 마시는 편이지만 음주 다음날은 마시지 않는다.
점심도 국물이 기본인 음식은 웬만하면 먹지 않으려 한다. 다만 나도 사람인지라 심하게 달린 다음날은 국밥이나 찌개류를 찾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흔치 않다. 아무튼 속이 좋지 않아도 반드시 먹는다. 그것도 한식 위주로. 그리고 분식류나 매운 음식과 같은 부담이 되는 음식은 자제한다.
저녁은 과식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식 위주의 식단으로 먹는다. 이때, 밥은 평소보다 반공기로 줄여 먹는다. 이후 취침 전까지,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셔준다.
경험상, 핵심은 저녁 식단이다. 힘들 수 있지만 식사량(특히 쌀밥)을 평소보다 줄이고, 취침 전 잠시 느껴지는 허기를 잘 극복하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의 차이. 경험해 보세요.
경험해보고 싶다면 반공기의 밥으로 한 번쯤 버텨보길 권한다.
나의 경우, 허기가 지면 집에 구비되어 있는 착즙 주스(마늘, 양배추 같은...) 한 봉을 가볍게 먹고 자곤 한다. 확실히 허기는 가셔서 잠들 때까지 무언가를 덜 찾게 된다.
다음날 아침이면, 확실히 덜 불어나 있는 배의 느낌과 덜 나가는 몸무게를 확인할 수 있다.
13년 간 이런 패턴으로 살아온 것은 결코 아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까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음주하고 식사량도 엄청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된 것은 일의 특성상 활동량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던 탓이라 생각된다. 그 이후 나이가 들어 갈수록 체감되는 체중 증가 때문에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관리한 덕에 그때의 몸무게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애주가 여러분. 먹고 마시고 즐길 때는 확실하게 즐기고, 관리는 관리대로 확실하게 해 보자. 더 행복하게 음주할 수 있다. 내 나름의 관리 방법이 많은 애주가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