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다 내 안에 있었다
내게는 다섯명의 보스가 있다. 못된 놈, 무식한 놈, 자유분방한 놈, 줏대없는 놈, 미친놈이다.
(내가 20년 기자생활을 하면서 이 다섯명만 내가 보스로 인정했다)
못된 놈은 세상 그런 이기적인 놈이 없다. 우리 회사는 광고의 8%를 담당자에게 지급하는데, 한번이라도 본인이 만난 사람이면 다 본인 광고가 된다. 나를 달달달달 볶아서 광고를 가져오게 해서, 본인 이름으로 올리는 것도 다반사다. 그 만큼 그는 회사에 돈을 잘 가져왔다. 그래서 아주 약간은 그가 있었던 시절에는 회사가 풍요로운 것 같았다. 그는 내게 항상 보스는 '돈'을 잘 가져오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분방한 놈은 정말이지 이런 기분파도 없다. 기분이 들쭉날쭉해서 본인이 행복할 때는 뭐든 받아들이는데, 본인이 기분이 안 좋으면 받아들인 것도 갑자기 반대로 얘기한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돌아이도 이런 돌아이가 없다. 이 사람 밑에서는 그냥 아무 의견 받지 말고 일만 하는 게 나았다.
무식한 놈은 정말이지 이렇게 무대뽀도 없다. 마감 당일에도 몇 번씩 원고를 미루며 특유의 불쌍한 눈을 하며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내 2배의 연봉을 받는 사람인데 말이다. 줏대없는 놈은 말 그대로 자신의 의견이 없다. 뭐라도 의견을 내긴 하는데, 이 사람 저 사람 생각을 듣다가 그냥 그 의견이 사그라져버린다. 특히 오너의 기분에 따라서 오늘의 행동도 바뀌는 사람이라서 함께 일할 때 너무 혼란스러웠다.
미친 놈은 그냥 미친놈이다. 기존의 시스템을 몽땅 뒤집어 엎은 후에 왜 날 따라 오지 않냐고 매일 화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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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이들에게서 계속 나를 봅니다.
나는 못된 놈과 일 했을 때, 자꾸 그를 닮아가는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못된 놈처럼, 나도 내 말이 맞다며 남의 이야기를 끊어버립니다.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않고, 내 말이 맞는다고 말했습니다. 내 안에 귀찮음과 무시가 깔려 있었던 거죠.
나는 무식한 놈이나 줏대없는 놈을 볼 때는 자신 없는 내가 보입니다. 나도 내 결정에 자신이 없어서 계속 주변에 묻고, 행동하지 않고 있거든요. 미친놈은 정말 미친 것 같긴 하지만, 나도 내 생각과 다르면 "아니야!"하고 소리치거든요. 그러니까 분명하게 그에게서도 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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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럴 때마다 두렵습니다. 내가 회사를 차려 대표가 되었을 때, 내가 그런 사람이 될 까봐 무섭습니다. 나는 처음 못된 놈을 보고 반면교사를 삼았습니다. 자유분방한 보스를 통해서는 직원의 자율을 봐주는 것이 좋다고도 생각하지만 너무 기분대로 움직이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나도 꽤나 기분파이기 때문에 고민합니다. 무식한 놈과 줏대없는 놈과 미친놈을 볼때에도 내가 보입니다. 나도 저렇게 직원을 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을 미워할 수록 내가 나의 어떤 점을 미워하는지, 좀더 보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