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니티에 대한 단상

버림의 미학

by Seonhui Gim

청소를 했습니다. 주말을 잊은 듯 계속 청소했습니다. 사실 조금 허리도 아프고, 잠도 자고 싶었는데 계속 치웠습니다. 청소하면서 여행용 어메니티를 전부 버렸습니다.


20살, 무전여행을 하며 기차역에서 한밤 꼬박 지새던 나에게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허겁지겁 씻고 나오는 여행을 반복한 나에게는, 호텔에서 묵는 사람만 쓴다는 어메니티가 부러웠습니다. 사람들은 호텔에서 잘도 자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나는 무전여행을 떠나거나 홀로 기차 여행을 한다거나 여러가지 모험을 즐겼지만 잠은 늘 불편하게 잤습니다. 야간 무궁화호 속 시끄러운 아이들 사이에서 자거나 동네 교회에서 하룻밤 재워달라고 하거나 이장님댁에서 자거나 했는데, 그것이 편안한 잠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나에게 여행용 어메니티는 조금 특별합니다. 처음으로 '호텔'이란 곳에서 묵었을 때 작고 귀여운 어메니티가 얼마나 갖고 싶던지 말입니다. 이건 나에게 쓰라고 주는 거니까 매일 새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개만 터서 며칠을 썼드랬죠. 혼자 출장이라도 갔다오면 어메니티를 들고와 엄마에게 줬습니다. 엄마도 좋지? 이거 엄청 좋은 샴푸인데 어메니티로 나왔어 하고 이빨을 보이며 웃으면 엄마도 같이 좋아했습니다.


어느새 20여년이 흘러 나는 도쿄도, 파리도 다섯번씩 다녀온 사람이 되었씁니다. 나는 이제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더는 기차역에서 까무룩 잠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메니티는 늘 가져옵니다. 그렇게 모인, 사용하지 않는 어메니티가 산처럼 쌓였습니다. 모아보니 5리터 종량제봉투의 반 정도 차더군요. 무려 2016년에 다녀온 파리 호텔의 어메니티가 있습니다. 쓰레기통에 넣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그땐 그랬지.


그렇게 나의 결핍을 버렸습니다. 다 버리고 나니, 마음이 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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