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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back Aug 12. 2022

2208 한 사람을 위한 그림

그 사람은 더 깊이 알아요

여행 중 내가 가진 느낌과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풍경이 느낌과 생각이 한꺼번에 가득 차서 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더라구요


물론 손도 마음 같지 않구요


19년 육아휴직을 하고

코로나로 해외여행은 물거품이 되고

학교 일정 또한 방학을 할지 안 할지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여행을 계획한다는 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최악의 경우 계약금은 . . . !!!  하는 마음으로

16일 정도의 제주여행 일정을 잡았고

저희는 6월~8월  계획에도 없었던

3달살이를  그리고 초등 딸과 아들 이렇게 셋이서 뚜벅이로 하게 되었어요


아마 미리 계획했다면 못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아쉬운 것도 많고 아이들에게 짜증도 많이 내고

힘들기도 했지만 힘들었던 만큼 평생 잊지 못할

아이들과의 여행이 된 거 같아요


 숙소를 여기저기 옮기고

여행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욕심은

아이들과 나에게 최악의 여행으로 밀어 넣더라구요

그래서 서울로 돌아가기 전 한 달은

숙소와 동네 마실 정도로만 움직이기로 하고

정말 암것도 하지 않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내려놓는 시간이었어요


그랬더니 그림이 저에게 오더라구요

다이소에서 산 볼펜과 작은 수첩

숙소 아이가 빌려준 파스넷 크레파스가 전부였지만

작게 작게 그리니 부담도 없고

나름 괜찮더라구요


아이들은 별(골든 리트리버)이라는 세상 착한 친구와

사람을 음청 좋아하는 호랑이(고양이)와 시간을 쓰고

동네 공방에서 큐브도 배우고...

동네 카페에서 그림도 배우고...

그때부터 제주 카페 투어를 의도치 않게 하게 됐어요


작은 마을에 밥집은 없는데

예쁜 카페가 왜 이리 많은지 ㅋㅋㅋ

밥은 숙소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고

여기저기 다닌 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

눈코 입을 못 그려서 일상 속 뒷모습 이야기를 그리는

뒤태 작가 써니빽이 되었답니다


 인스타에 종종 올리는 그림을 보고

지인분의 그림 요청이 들어왔어요~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림을 선물했는데

사진 속 주인공 만 알 수 있는 깊은 감동으로


" 좋아라 "  "너무 마음에 들어요"


하는 그 말이 저를 살아나게 하더라구요


할머니를 누구보다 예쁘게 찍어주고 싶은

손녀의 마음과 누구보다 이쁘게 찍히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이 사진에서 전해져 오더라고요


그리고 할머니의 휘날리는 치마가 꼭 마릴린 몬느가

스쳐 지나가더라구요


손녀가 등에 지고 있는  한가득 피어있는 꽃들이

지금의 순간을 더욱 이쁘게 만들어 내는 거 같아


내가 받은 느낌과 생각을 따뜻하게 그림에 담아

한 사람을 위한 그림을 선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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