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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back Nov 25. 2023

빨리 자라나고 싶은 나에게

버섯이가 전해준 이야기

깔깔 마녀 때문이야

깔깔 마녀가 나한테 이렇게 했다고

지금 내가 이렇게 아픈 건 다 깔깔 마녀 때문이야

임금님 귀는 당나귀~ 00 과장은 깔깔 마녀~


를 외치고 싶은 나에게


힘들어하는 내가 싫고

신경 쓰고 있는 내가 싫고

빨리 성장하지 못하는 내가 싫고


싫고 싫고 싫고를 중얼중얼되고 있는 나에게

버섯이가 말을 걸어왔다


버섯이는

둘째가 학교에서 받은 버섯키트다

설명서대로 세팅을 하고

종이우산을 씌우고 비닐봉지 안에서

뽕하고 자라나 나의 부러움이 된...


처음부터

버섯이를 부러워한 건 아니다


설명서대로 안 한 거 아니야?

전에 실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전혀 자랄 거 같지 않았던... 버섯이

나흘째? 그리고 하루 더  지나자

버섯이는 나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버섯이다
우와 진짜네~

그리고 다음날 다음날

무서울속도로 자라나는 버섯

자라는 게 눈에 보이는 거 같았다

하루만에뽕 이틀 사흘 사진은 나흘 닷세

부럽다

나도 이렇게 빨리 자라나면 좋겠다


자라면 나눠주고 자라나면 나눠주고

풍성해질 버섯농장을 꿈꾸며

나는 버섯을 음청 부러워했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 나로

폭풍 같은 시간을 지나온 나에게


며칠 뒤

버섯이가 말을 걸어왔다

일주일하고 몇칠 뒤

빨리 자라면 빨리 시들어

그래도 빨리빨리빨리 자라고 싶어?


급하게 분무를 해보았지만


난 이미 틀렸어~


그리고 우리 집에 온 지 2~3년 정도 되는

아기 아마그라스에게 가보라고 했다


식물을 너무 잘 돌려보내서

유에서 무를 만들어가는 나에게

식물은 5천 원 이하 넘 이쁘면 만원 안짝

규칙이 생긴 나에게

아마그라스는 3천 원짜리 작고 귀여운 신생아였다


너무 작아서 잘  키울 수 있을까 했던

너무 더디게 자라고 너무 느려서

심심하기도 돌보는 재미도

키우는 재미도 소소했던

일상 같았던 아마그라스 ...

3년 후 엄마그라스와 얼마 전 분양한 아기그라스



그리고 우리 집에 온 지 3년 정도 되는

립살리스에게 가보라고 했다


신기해서 데려왔는데

죽을 거 같아

어항 같은 곳에 테라리움이라는 이름으로

숲 속 깊은 곳 숨겨두었던..

죽었는지 살았는지 잊어먹을 뻔한 너를


다시 만났을 때 굵은 뼈다귀처럼

단단해지고

송이송이 송이송이 ~ 우와~

네가 이렇게 컸구나

미안함과 감동을 주었던

3년정도 자란 엄마 립살리스

그리고 분양한 아기들

아기라고 하기엔 많이 컸다 분양 된 립살리스

버섯이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너도 너에게 시간을 주라고

기다려주라고

일상을 살아내라고


빨리 자라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너는 오래오래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그분이 나에게 전해주라 했다고...


버섯이는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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