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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back Jan 21. 2024

갈치조림을 위해 해치워진 시간

감자껍질과 양파껍질=나의 하루하루

오늘 아침에 어제저녁 깜박했던 쿠팡문자가 생각났다

약속한 시간보다 빨리 도착!!!

뭐가 왔을까? 나가봐야지...

이렇게 생각한 것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그 생각을 연결해 현관문을 열어젖힌 건

다음날 아침에 도착한 두 번째 쿠팡도착 문자 알림이었다


아고 또 까먹었네~


현관문을 열고

어제 막내가 먹고 싶다는 갈치조림 재료를

쿠팡가방에서 빼오면서

귀찮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비닐에 붙은 주소 스티커 제거보다는

편하지만 가방 위에서 주소를 제거하고

찍찍이...

오늘따라 찍찍이는 더 착 달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지...

냉동팩은 재활용하세요~ 실은 귀찮아

그대로 두고

갈치와 감자를 챙기고 가방은 다시 현관 밖으로...

귀찮다 번거롭다...


하찮은 일....


그 일을 하는 나는 하찮은 나


그래서 빨리빨리....


나에게 필요한 건 갈치조림...


그러다 문득 결과만 처 주는 나를 만났다


그래서 그래서 나의 일상이 힘든 건 아닐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의 일상은 하찮아서

귀찮고 힘든 걸까?


양파껍질을 벗기고 감자껍질을 벗기는 일은

갈치조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싫고 귀찮지만 빨리빨리 해치워야 하는

그런 하찮은 일이라 생각하는 나라


의 일상도...

나의 하루도 하찮아서

아무 의미 없다 생각해서...

......


양파껍질을 하나하나 비닐봉지에 담아본다

누군가는 로봇으로

내가 하찮게 생각하는 섬세한 동작을 위해

모든 시간을 쏟고 있을 수도... 순간 스쳐 지나간다


감자껍질을 비닐봉지에

한움꿈 한움꿈 주워 담으면서

잘 작동하고 있는 나의 손동작을

나의 움직임을 관찰해 본다


양파를 쓱쓱쓱 썰면서

내는 소리를 들어본다


감자를... 그리고 랩으로 잘 감싸져 있는 무를 꺼내

물로 씻어 아직 썩지 않고 멀쩡한 무에

기뻐한다...


나에게 갈치 조림이 아직 없더라도

소중한 감자껍질과 양파껍질의 시간도

소중하고 필요한 시간... 순간이라고

나에게 이야기해 준다....


의 일상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의 일상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나에게 이야기해 준다


결국... 갈치조림은

만들어졌고..

냄새에 비해 나의 정성해 비해

비리고 맛은 없었지만


나는 아들이 먹고 싶어 했던

갈치조림을 만들었고

아침에 먹을거리를 만들어 냈고

양파와 감자의 껍질까지 잘 치웠으니...

그 시간이 하찮지 않다고 말해줬으니

나에게 이야기해 줬으니

내가 들어줬으니


그리고 나를 알아줬으니...


이제 나의 하루하루도

그냥 하찮지만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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