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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back Jun 17. 2024

자연이 일한다

내가 먼저 간다~! 정말?

작년 탐스럽게 주렁주렁

크고 맛있어 보이는 살구나무가

날 유혹했다~


나는 담 넘어 길가에 떨어진 살구를 봉지에 주어다가

나의 옥상정원 흙속에 덮어두었다


마음은 모두 나무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 속 나는 그럴 줄 몰랐다

그래서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했을 때 몰라봤다


이게 뭐지?

지금까지 봤던 풀이랑은 다른데...

처음에는 그냥 뽑았다!!!

어?

뿌리가 깊이 내려갔는지 뽑히지 않고

줄기만 댕강 부러졌다

 

겨울과 봄사이에서

봄과 봄 사이를 지나는 길에  

나는 나무를 더 크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분갈이를 시작했다

어?

화분집을 나온 뿌리옆에 익숙한 모습이..

살구씨가 반쪽으로 쪼개지고

사이로 쑤욱!!!

내가 댕강 부러뜨린 풀이라 생각했던 자연은

살구새싹이었다..

그리고 내 눈에 새싹들이 들어왔다


우와 하나, 둘,...... 스물?

많이도 주워왔었네~^^


첫 새싹을 틔운 살구나무는

땅이 부족해

물이 부족해

지인에게 분양도해

내 텃밭으로 멀리 이사도 해...

그리고 나에게는 열 그루 정도의 살구나무가 있다


그리고 같은 나무에서  떨어져

같은 시간을 지나

다른 시간을 지나가고 있는 살구나무를 만난다


먼저라고 지금도 미래도 먼저는 아니다

내가 더 크다고 지금도 미래도 더 큰 건 아니다


같은 나의 시간 안에서

나의 살구나무는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중요한 건 어떤 친구가 살구나무로

열매를 맺느냐이지 않을까?


하지만 살구나무가 살구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살구나무가 아닌 건 아니니...

내가 될 수도 네가 될 수도 아무도 모르는 그 시간을

그래서 잘난척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또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지나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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