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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back Jun 18. 2024

주인이 있는 자리

내가 한 일일까?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문옆 한 사람이 서 있을 수 있는 자리이다

지하철을 타면 내 눈은 항상 그곳을 향한다


그런데 출근길...

내 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탈 수 있는 A4만큼 작은 자리가 있느냐 없느냐 내가 타느냐  못 타느냐 정상출근과 지각 사이를 오가는 치열함 속에서

내 눈에 들어온 한 사람이 있었다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핑크색 자리

자리 앞에 서 있었더라면

주인이 왔으니 내어드렸을 거다

그래 그랬을 거다

한쪽은 조느라 이리꿍저리꿍 바쁜 여성분

한쪽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남성분이었다


소심한 내가....

그런데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상황파악이 끝난 나는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여기 자리에 이분이 앉아야 할거 같은데요"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인지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감사의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  뿌듯함

사람들이 내리고

내가 좋아하는 출입구 옆 자리에서

혼자 뿌듯해하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다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내 말을 들어준 세 사람이 있었구나

자리 앞에서 자리를 내어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내어준

감사의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준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건

내가 더 잘나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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