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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진 Oct 24. 2020

대코로나 시대의 하루 2

집이 깨어나는 시간



쌍둥이 나이 29개월. 저지레의 대왕들.

엄마가 주로 부엌에서 활동하는 관계로 녀석들의 주무대도 부엌입니다.


지금까지 녀석들이 해먹은 것들. 설탕, 소금, 들기름, 사과, 바나나, 등등 등등.

제일 끔찍했던 것은 들기름이요, 다음은 설탕입니다. 꺠끗하게 치우기가 참 힘들어요.

녀석들도 눈치는 있어서, 몇 번 혼냈더니 어떤 짓을 하면 혼나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고 안 하는 건 아니고요. 요즘은 저지레를 하기 전에 슬쩍 먼저 눈치를 봅니다.

눈이 마주치면 멋쩍게 웃으며 헤헤헤헤 하고 손을 떼고 귀여운척을 하고

미처 눈치채지 못하면 난리 나는 겁니다...


한번은 양념장을 열고 슬며시 들기름으로 손이 가는 걸 목격한 적 있는데

이놈! 하니 깜짝 놀라 병을 떨어뜨리더군요. 으악

그리고 자기가 더 놀랐다는 듯이 지지! 지지! 으아아아 물! 물! 엄마! 엄마! 하며 쌩 난리를 치더니

물티슈를 가져와서 직접 닦는다고 휘적휘적 바닥을 엉망으로 만듭니다.


냉장고 문을 열다 들킬 때는 또 어떤지,

(요즘은 하도 냉장고 문을 열어대서 이건 사건이랄 것도 없지만)

들켰다 싶으면 그때부터 입에 모터 다는 겁니다. 하바 하바 요꾸요꾸 쨈 치 물 우유... 아는 단어 총출동합니다.

뭔가 나름의 변명이겠지요. 나는 요구르트를 먹고 싶었을 뿐인데 마침 사과가 보였고 그걸 만질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고보니 위에 치즈가... 뭐 이런 말이 아니었을까요.


여튼,

점점 인간이 되어가는 녀석들의 모습에

몸은 힘들지만 뿌듯한 부분도 있습니다.

눈치가 생기다니, 우리 아이가 눈치가 생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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