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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진 Oct 26. 2020

대코로나시대의 하루 3

점점 거세지는 형제의 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to be continued...


심각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지만, 요즘 육아의 가장 큰 고민이 이 부분입니다. 


이 부분만 보면 수현이가 악당 같은데- 네. 수현이 악당 맞습니다. 

도현이가 관심 가진 모든 장난감에 항상 뒤늦게 관심을 보이며 뺏으려 들어 싸움이 시작되지요. 

도현이는 절대 양보하지 않고, 다음은 밀고 당기기에 이어 꼬집기 물기 고함지르기 울기... 

이런 싸움이 거의 5분에 한번씩 일어납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매번 싸움이 심해지는데는 도현이의 성격도 한몫 하죠.

이 녀석은 한마디로 욕심쟁이입니다. 이 장난감도 저 장난감도 바퀴만 달리면 전부 내 거. 

맛있는 건 전부 내 거. 마음에 드는 건 전부 자기 앞에 모아 놓고 수현이가 손을 대지 못하게 합니다. 

절대 양보란 없습니다. 그러니 싸움도 잦을 수 밖에요...

적어도 수현이는 똑같은 걸 두개 주면 하나는 도현이에게 주는데 도현이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빠방이 두 개? 그럼 두 개 다 내 거!!! 


싸우면서 크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매번 물게 되니 큰일입니다. 

만약 수현이가 강아지였다면 이미 예전에 방출되었겠지요... 

이 녀석도 사랑하는 내 아이니 그럴 수도 없고. 

물지 말라고 혼내고 그떄마다 눈보고 훈육하고, 가서사과해 호해줘, 물었으니  장난감은 도현이 거야, 

물고 꼬집는 행동으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어, 

하루에도 몇 번씩 훈육하지만 별로 효과가 없는 듯 합니다. 

그야 그럴게, 이 녀석은 목적을 가지고 의식하여 공격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옆에서 관찰해 본 결과 이 녀석의 공격행위는 거의 무의식적, 반사적인 듯 합니다. 

원하는 걸 도현이가 못 만지게 할 경우 일단 안절부절 못하며 달라는 신호를 합니다. 

짧지만 도현이에게 주세요도 하고, 징징거리며 엄마 쪽도 쳐다보다 안 되면 

힘으로 뻇습니다. 당연히 도현이도 버티고요. 힘으로 영 안 되겠다 싶으면 다음에 

꼬집기+물기 콤보 들어가는거지요. 


문제는 이 모든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10초가 안 되는 겁니다.

거의 순식간이죠. 수현이 손이 뻗어나가는 그 순간에 바로 말리지 않으면 게임종료. 

참 난감하지요... 말을 할 수 있으면 말로 달라고 할텐데, 

상대는 꿈쩍 않고 마음은 급한데 말은 안 나오고- 

그래서 그런 거란 것, 그런 나이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마 말을 잘 하게 되면 훨씬 나아지겠죠. 


하지만 녀석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두고 볼 수는 없지요. 

밤마다 녀석들을 재우고 한숨으로 무는 아기 행동교정법을 검색하는데 

결론은 거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잘 지켜보다 물기 전에 막을 것!

어차피 물고 나서 하지 말라 해도 이 나이 땐 효과가 없으니까,

물기 전에 막는 것이 최선인 거죠. 

꼬집는 행동 때리는 행동 미는 행동도 마찬가지로- 하기 전에 막을 것! 


... 말이 쉽지요. 

하루종일 붙어서 애 둘 노는 것만 지켜볼 수만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러면 밥은 누가 하고 청소는 누가 하며 빨래는 누가 하고 집정리는 누가 하나요?

설사 이 모든 가사노동을 비용을 들여 외주로 돌린다 해도 - 즉 도우미 고용, 반찬 배달 

내 밥은 언제 먹으며 화장실은 언제 갈까요? 말은 참 쉽겠지만-

아이의 안녕을 모두 책임지는 입장에서 이런 솔루션은 그저 가슴이 답답할 뿐입니다. 


아이의 상처를, 문제행동을, 우리는 너무 쉽게 엄마 탓을 하지요.

저 또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에게는 반드시 문제부모가 있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따라 배운다, 이것을 진리로 여겼죠. 부모가 되기 전에는.

그러나 모든 아이에게는 기질이란 것이 있고 본능이란 것이 있습니다. 누구는

아무것도 보고 배우지 않아도 여우짓을 하기도 하고 물기도 하는 거지요.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들은 그 상처를 보고 엄마의 자질을 의심할 것이고.


얼마 전엔 아기들이 너무 밥을 안 먹어 병원에 상담을 갔었는데 의사가 그랬어요. 

입에 맞는 음식을 해주라고.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었죠. 남편도 그랬거든요. 

밥이 맛있으면 어떻게든 먹게 돼 있다고. 


내 밥이 맛있다 맛없다는 명제에 동의하는지는 둘째치고,

우리는 이렇게나 쉽게 엄마의 책임을 묻습니다.

그게 제일 쉬운 솔루션이거든요. 아무 것도 할 필요 없고, 아무 고민도 할 필요도 없고. 

그저 입바른 소리 몇마디로 책임을 넘길 수 있는.


또 이런 건 어떨까요. 쌍둥이를 낳았을 떄 

나를 축하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큰아이를 함께 걱정했어요. 

동생들 때문에 외롭지 않게 잘 챙겨주라고. 

물론 그래야 한다는 건 누구의 충고나 조언 이전에 제가 제일 잘 알아요.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를 아무리 쪼개고 포기해도 

도저히 한 아이에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때는?


엄마는 하루종일 아기들이 싸우지 않는지 옆에 붙어 감시도 해야 하고, 

큰아이 공부도 책임져야 하고, 동생들에 치여 외롭지 않게 정서도 따로 챙겨줘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애들 입맛에 맞는 맛있는 요리도 연구해야 하고,

조금 있으면 직장 가서 돈도 벌어와야 하니-

어쩌면 좋아요. 아무래도 빵꾸가 날 것 같은데. 하지만 조언자들의 눈엔 그런 사정은

보이지 않죠. 그들에겐 마법의 말이 있으니. 


'엄마 되기가 그래서 원래 그렇게 힘들어요.'


그러니 결국, 오늘도 문제는, 나.

염병. 



하지만 이런 걸 한탄하려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닙니다. 

어쩌겠어요. 세상이 엿을 줬으니 엿을 맛있게 먹을 수 밖에요. 


일단은 어린이집을 보내 시간을 확보하고 

(신기하게도 어린이집에선 싸우는 일이 많진 않은듯 하더군요. 재밌는게 많아서 그런가...)

집안일 및 요리는 그 시간에 최대한 정리하여 육아의 공백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대충 큰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되죠. 그때부터는 큰아이 공부를 봐주고

1:1로 붙어 최대한 놀아줍니다. 그림도 그리고 자전거도 타고 보드게임도 하고... 

그러다 큰아이가 학원에 가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옵니다. 

둘만의 시간을 최대한 충실하게 보내기 위함이죠.

 

한명씩 따로 데려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몇 번 해 봤는데... 

아무래도 남은 한명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지 불안해 한다고 해서

그 방법을 자주 쓰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신 가끔 한 명을 친정본가로 보내어 할머니와 둘만의 시간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남은 한명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요. 그러면 확실히 둘 다 정서가 

안정되는 모양새를 보이긴 해요. 그러나 다시 만나면 또 싸우고... 


매일 싸우고 야단맞고 싸우고 야단맞고를 반복하는 건 맞는 쪽이나 떄리는 쪽이나 못할 짓이니...

이럴 바에야 아예 둘을 떼서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요즘은 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보낼 것인가 두둥... 이건 참 선택을 할 수 없는 문제라...


생각이 복잡한 나날입니다.

어떻게든 개겨보다 보면 언젠간 나아지긴 하겠죠. 

그 언젠가 언제인가 그것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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