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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진 Oct 27. 2020

대코로나시대의 하루 4

슬픈 마음을 달래는데는 음악과 스킨쉽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힘듦이니, 가능하면 즐겁게, 긍정적으로, 좋은 면만을 보고 좋은 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육아의 불문율이자 엄마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말한다고 해결되지도 않을 일, 괜히 들춰내어 모두 함께 마음 답답해질 필요 없으니까요.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다고 육아의 어두운 일면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모두가 엄마는 위대하다고 찬양하는 이면에는, 

'그러므로 위대하지 않은 보통의 나는 손떼고 구경만 해도 되겠다'는 방관자 심리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론, 이같은 위대한 엄마들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위대해 보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불평불만 많아보이는 보통의 유부녀A를

마음껏 깔보고 쉽게 평가해 비난하기 위한 기준점 설정의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의식하든, 않든) 

모든 잠재적인 비난에서 자유로워지고, 모든 평가로부터 초월하기 위해서는

엄마는 어디까지 슈퍼슈퍼해져야 하는 걸까요.


사실은, 아무리 하찮아보이는 엄마의 일이라도 

막상 돈을 주고 남에게 맡기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결과물은 엄마가 직접 했을 떄 비해 훨씬 떨어지지요. 

어떤 일들은, 애초에 엄마가 아니면 할 수가 없는 일이고, 

어떤 일들은, 엄마이기에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거지요.

누구나 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엄마의 일이 전문성이 없는 게 아닙니다.

한 명 한 명의 엄마들은 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전문성은 너무나 쉽게 무시되죠. 

나 떄는 말이야. 

내가 해봤는데 말이야. 

내가 그동안 지켜보니 말이야.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너는 왜... 

좀 더 잘 하지 엄만데... 

내가 할 땐 안 그랬는데 참 별나다 

엄마가 못해서 그런 거 아니니 

등등 등등...


사실은 육아에서 아기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부분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상당부분은, 주위 사람들의 무자비한 평가에서 스트레스가 오죠. 

아기를 키워본지 30년이 지난 사람에게도,

아기를 키워본적 없는 사람에게도,

아기를 키우는 걸 구경만 해본 사람에게도, 

심지어는 아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현역엄마란 어쩌면 그리 만만해 보이는 존재인지-

현역직장인에게도 그렇게 쉽게 간섭할 수 있을까요?

어 내가 IT를 좀 아는데 말야~ 컴퓨터는 그렇게 쓰는 게 아냐~ 어 나? 30년 전에 도스로 작업 좀 했지~

은행원이라고? 나 어제 은행에 가 봤는데, 너처럼 일하면 안 되는 것 같던데? 


내가 하고 있는 일, 물론 하나 하나는 전문가에 비해 질이 떨어질지 모릅니다. 

이를테면 요리는 요리사보다 못 할 거고요, 살림은 가사도우미보다는 못하겠죠. 

그러나 이 모든 일을 한꺼번에 어떻게든 해내면서 아이들에게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해내는 것. 

그것도 혼자. 온갖 인터럽트를 버텨내며.

장담컨데 돈을 아무리 줘도 혼자서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최소한 2명 이상, 아무래도3명은 고용해야겠죠. 

가사/요리에 1명, 쌍둥이 보육담당 1명, 큰아이 교육담당 1명. 

그걸 나 혼자 해내고 있다 하하하하 

생색내려고 그러냐고요? 누구에게 생색 내겠습니까. 내 선택에 내가 책임지는 건데. 

다만,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가치가 

때때로 너무 쉽게 폄하되고, 

내가 열심히 가꾸어온 살림과 육아의 영역이 

너무 쉽게 평가의 대상이 될 때 

엄마는 슬퍼집니다. 

원하는 건 크지 않아요. 

그저 나의 영역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 

나의 치열한 삶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내가 감내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 

그것만 뒷받침된다면 나머지는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어요. 

아무리 일상이 고단해도. 결국은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한 때는 맘충이란 말에 많이 스트레스 받았어요.


제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가 아닙니다. 

저의 사소한 실수, 부주의, 또는 무지로 인해 

언제든 손쉽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

굉장한 압박으로 다가왔던 거죠. 


가족 친지 중 이런 저를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맘충짓 안 하면 되는 거잖아? 네가 맘충이 아닌데 왜 스트레스를 받아? 


맘충이라는 기준은 자의적이고,

규칙은 교과서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맘충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맘충사례를 마음에 새겨야 했고 

혹시라도 나의 사소한 행동이, 혹은 행동하지 않음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위를 경계해야 했습니다. 


세상이 결코 아기엄마에게, 즉 나에게 친화적인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매순간 되새기게 하는 단어죠. 맘충은.


뭐 이렇게 열심히 설명해봤자

자신이 그 대상이 되어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이해하지 못합디다.

뭘 그렇게까지 생각해~ 네가 예민한 거야~~

블라블라~ 예민예민~ 오버오버~



아니 나 왜 이렇게 꿀꿀한 얘기를 하고 있지??!

밝고 즐거운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수현이를 업고 춤을 추게 된 계기입니다.


때는 약 2달 전-

저는 당근마켓에 한창 빠져서 눈에 불을 켜고 살 물건을 뒤지고 있었다죠. 

거기서 네이버 클로바를 발견했는데,

아니 세상에 이 물건에 '아기 재우기' 기능이 있다네요?

진짜??? AI스피커가 그렇게까지 발달했다고????

정말????! 이건 바로 사야 돼!!!! 


이렇게 된 거죠. 

아, 아기 재우기 기능이란 그냥 자장가 틀어주는 거였습니다.

그거랑 기계음 목소리로 양한마리 두마리를 세는 게 있는데 

그건 뭐 ㅎㅎㅎㅎㅎㅎ


어쨌든 이 물건은 음성인식을 해서 노래를 틀어줍니다. 

쥬니버동요에서도 틀어주고, 바이브 가입되어 있으면 바이브에서도 틀어주고요. 

꽤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특히 현욱이놈이 매일 자기가 듣고 싶은 노래를

잘 틀고 있죠. 요즘은 쥬라기캅스에 꽂혔네요.


눈치백단인 아가들도 금방 이 물건의 사용법을 알게 되었죠. 

'헤이클로바'라고 부른 후 노래를 주문하면 노래가 나온다는 걸. 

자기들도 해 보려고 열심히 애쓰고 있습니다. 

헤이바~ 빠방~

헤이아~ 빠방~! 

헤이이이아!!! 빠방~~~!!!! 


그래도 요즘은 헤이크오아~ 상어뚜뚜~ 까지 갔네요.

발음을 제대로 하게 되면 하루종일 상어가족 노래만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튼 그래서(이제 본론) 

어느날 수현이 녀석이 바나나차차를 주문해서 바나나차차를 틀어줬는데,

그날따라 제가 신이 났던 겁니다. 

마침 수현이를 업고 있는 김에 덩실덩실 춤을 추며 노래를 해줬더니 

녀석이 저만 보면 바나나차차를 틀어라 업어라 춤춰라 

아주 주문이 넘쳐납니다.


저도 사실 아이들과 스킨쉽을 매우 좋아하고 

아직 허리건강이 버틸만 하는지라 웬만하면 해주지만,

역시 경쟁자의 존재가 문제네요. 둘을 동시에 업을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요즘 제법 노래를 따라부르는 수현이를 보면

따뜻한 마음이 차오르며, 그래도 잘 키우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이 듭니다. 

특히 바나나차차의 '사랑해요' 부분을 따라할 때는 정말 행복합니다. 

나도 사랑한다 수현아-


... 물론 '사랑해요'를 한 그 입으로 형아에게서 배운 '엄마바보 엄마바보'도 떠들고 다니지만 

뭐 못들은 걸로 하렵니다. 선택적 듣기 능력이 중요한 세상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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